세상사는 이야기

늙은이란 거저 된 게 아니다.

甘冥堂 2020. 8. 3. 09:37

늙은 사람이 된 것은 저절로 거저 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세월을 살았고 또 견뎠기에 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 내가 늙은 사람이 된 것을 불평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

내가 사랑하고 원하는 나의 삶은 지금 이대로 사는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원하지도 꿈꾸지도 않는다.

아무런 일도 없는 그날이 그날인, 무사안일 그것이다.

늙어서 좋다. 늙은 사람인 것이 다행이다.

                                        나태주<부디 아프지 마라>

 

 

76세 시인의 산문집이다.

 

"나는 이제 늙었다. 될수록 조그맣게 살고 싶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

나의 시도 늙었다. 될수록 작고 단순하고 쉬운 시를 쓰고 싶다.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서 이내 알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스스로 늙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만큼 늙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을까.

늙어서 좋은 사람은 젊어서도 좋았고, '지금 이대로'를 충실히 살아낼 것이다."

 

"세살 먹은 아이도 잘해주면 좋아하는 것이다. 무조건 잘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의 기쁨과 즐거움이 결국은 나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마음을 비우며 사느냐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했다.

오히려 사람은 마음을 비우면 죽는다고,

그 대신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늙은이라 하기엔 좀 억울한 생각도 드는데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아쉬움은 무엇인지.

초승달이 상현. 만월. 하현으로 변하는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침침한 눈에 신문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삼겹살 뼈마디를 우물우물 발라내고

TV 볼륨을 엄청 높여 공해 수준이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듣고 돌아서면 아득하고,

머리 위에 안경을 얹어 놓고도 주위를 더듬는 것은 또 무엇인지.

 

노인정 복지관 운운하는 친구를 비웃으며

'아직은 아냐' 혼자 기고만장하는 것은 무슨 오기인지.

 

마음을 비워야지.

如水如風而終我.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죽어야지.

 

 

마음을 비우면 죽는다 하니 이러지도 못하고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기에는 너무 생각이 많으니

그렇다면 나는 젊은이 인가 늙은이 인가?

 

아직 늙지 않았다 우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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