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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사랑. 사회

甘冥堂 2020. 11. 9. 10:24

여성은 사회의 다양한 힘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자기 몸에 대한 자율적 권리를 상실하곤 합니다.

1.의료화와 성애화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고

2.여성이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되찾고 강요되는 단일한 몸이 아닌 다양한 몸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대하여 서술하세요.

 

1.의료화와 성애화의 개념으로 자기 몸에 대한 자율적 권리를 상실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

 

1)의료화

현대사회에서 그 이전까지는 의료적 처치의 대상이 아니었던 삶의 여러 영역이 의학적 문제로 정의되었으며, 의사와 여타 의료인의 지식과 처치의 지배를 받는 문제가 되었다. 임신과 출산. 양육과정에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이러한 출산과 양육의 의료화는 의료전문가와 여성 사이의 위계를 형성하여, 이에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하였으며, 의료인은 지식의 이름으로 임신 출산 양육을 불안하게 여기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엄마 위에 의료전문가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여성은 병원의 관행에 따라 이루어지는 출산이 모욕감을 주고 불안감을 주며, 제왕절개술도 자연분만에 비해 사망률이 4배 이상 높은 큰 수술로 감염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전문가의 처치에 따를 뿐이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여성은 말 그대로 출산의 도구로 전락하였다. 자궁 속 태아를 모니터하고 유전자 검사를 하여 임신중절이나 유도분만 제왕절개 같은 출산 과정에서의 개입도 증가한다.

 

의료화와 함께 여성의 건강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논의는 1995년 북경여성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여성 건강불평등에 관한 논의로 여성의 출산, 생식과 관련한 문제는 차치하고, 여성이 겪는 건강상의 문제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라고 하였다. 여성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부당한 차별을 제거하려는 것, 즉 건강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회였다.

 

의료화와 건강 형평성의 문제 외에 여성들은 가사노동, 남녀임금 불평등, 그리고 성폭력과 가정폭력. 그리고 성형수술을 강요받으며 획일적 기준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이다.

 

 

2) 성애화 (sexualization)와 미의 의료화(medicalization of beauty)

프리가 하우그(Frigga Haug)는 여성의 성장 과정을 성애화 개념으로 설명했다. 소녀들은 어려서부터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일 수 있도록 몸을 가꾸는 방법을 학습해 나가는데 이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육체 전반을 지배한다. 이를 여성의 자유로운 의지의 표현이며 실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사회에서 매력적인 여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몸 이미지의 한계 안으로 제약되기 때문이다. 하우그가 성애화를 여성의 자발적인 종속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처럼 여성의 몸 관리에는 자발성과 종속성이 모순적으로 공존한다.

 

한편, 의료화는 의학이 개인의 건강상태를 정의하고 판단하는 독점적 권위를 갖는 상황을 말한다. 의료화를 통해 비의학적인 문제가 질병과 장애라는 진단하에 의학적인 문제가 되었다면, 미의 의료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 전반이 의료적인 영역 안으로 포섭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개인심리학을 차용하여 성형이 개인의 성격과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학지식으로 가공하여 미용성형도 의료라는 정당화 논리를 폈다. 몸 관리 산업이 내세우는 자아존중감과 같은 정서적 만족감은 실제 자신을 존중하는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제시되는 미 기준을 통과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안도감에 가까운 것이다.

 

수전 보르도(Susan Bordo)여성이 수많은 이미지와 평가의 시선으로 둘러싸인 원형감독 안에서 유순한 신체가 되어 간다.”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2.여성이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되찾고 강요되는 단일한 몸이 아닌 다양한 몸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대하여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한국 사회에 도입된 신자유주의 체제는 개인에게 노동의 유연화와 공공적 복지의 후퇴 등 삶의 불안을 가중하는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변화를 강제했다. 개인 간의 경쟁은 체제의 발전과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덕으로 여겨졌고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자신을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개인의 외모도 경쟁력이 되었다. 최근에 등장한 매력 자본 개념은 남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사회적 성공과 고소득을 원한다면 외모를 가꿔야 한다는 논리를 노골적으로 펼친다. 성공한 사람의 외모적 특징에 부합할 수 있도록 취업 성형이나 관상 성형이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미용성형을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매우 높은 실정으로 외모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의 하나는,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의 지나친 화장과 옷차림이다. 여행을 다니는 것인지 패션쇼를 하러 온 것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의 화려하고 격에 어울리지 않는 의상, 그리고 지나친 화장으로 주위의 눈총을 받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무슨 까닭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 여성 스스로도 이러한 행태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기는 하다. 외국 여행에서까지 매력자본을 동원하여 자기 자신을 상품화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내의 유명 연예인들의 성형수술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 어느덧 나이 듦에 따라 흰머리에 주름지고 비만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이 성형수술로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하고 TV 화면에 나타날 때면 이질감을 느낀다. 주름살을 없앤 자리를 부풀게 하고, 쌍꺼풀에 콧대를 높여,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혐오스런 모습을 보일 때면, 저러한 성형수술이 스스로의 자아존중감을 위함인지, 관객을 위한 시술인지 의아함이 든다. 생긴 대로 사는 것,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그리하여 곱고 품위 있게 늙어가는 것, 그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칫 철모르는 젊은이들이 그것을 본받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심히 불안하기도 하다.

 

맺으며

 

살펴본 바와 같이 외모지상주의는 이 규범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바람직한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불안감을 야기한다. 자기계발 논리에 결합한 몸 관리 산업은 변화/변형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생략한 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몸 관리 산업에 대한 비판적 질문과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