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오월

甘冥堂 2022. 5. 3. 21:52
오월 / 琴兒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다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 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었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 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득료애정통고 (得了愛情痛苦)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실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 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琴兒피천득선생의詩)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라일락 꽃길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美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출처 : 피천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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