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사군자

용필

甘冥堂 2022. 9. 24. 11:41

2. 용필

 

침착통쾌(沈着痛快)

침착통쾌는 용필법을 말한다.

글자를 쓰는 과정에서 행필은 침착하고 안온하나 더디고 막히지 않아야 하고,

상쾌하나 나부끼고 매끄럽지 않도록 함을 말한다.

침착과 통쾌는 서로 대립하는 필법이지만

뛰어난 서예가는 자연스럽게 이것들을 통일시켜 필력은 굳세고 필세는 유창하면서,

웅혼하고 장엄한 가운데 통쾌하게 신채가 날아오르는 작품을 표현한다.

 

침착 통쾌가 용필법이지만 용심법(用心法)이기도 하다.

붓을 잡고 서사를 할 때 침착 통쾌한 마음이 충만하여야 용필이 이에 응하고,

그런 용필이 있고 나서야 이에 응하는 필획과 글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사를 할 때는 잡념이 없이 오직 침착 통쾌한 정신의 삼매경에 도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서예가 예술 창작이지만 심성을 수련하는 수양법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획사(錐劃沙)

송곳으로 모래에 글을 쓰듯 하라는 뜻인데,

그렇게 하면 획의 양쪽이 솟아나오고 획의 가운데는 오목하게 들어가 선이 생긴다.

이는 즉 장봉과 중봉으로 운필하라는 비유이다.

 

인인니(印印泥)

옛날 문서를 대나무 통에 넣고 진흙으로 봉한 다음 봉인을 찍었는데,

그럴 경우 진흙 속으로 도장의 획이 모두 균일하게 수직으로 파고 들어가서

힘찬 자취를 남기게 된다. 이 역시 장봉과 중봉으로 운필하라는 비유이다.

 

옥루흔(屋漏痕)

벽에 금이 간 것처럼 또는 빗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획을 긋는 것이 아니라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내리 긋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비유한 것이다.

 

절차고(折叉股)

금속으로 만든 비녀의 구부러진 부분처럼 필획이 전절하는 곳에서

둥글고 힘이 있으면서 흔적이 드러나지 말아야 한다는 비유이다.

이는 전필(轉筆)의 방법을 비유로 설명한 것이다.

 

제안(提按)

필봉을 종이 위에 운행할 때 들어 올리고 누르는 것을 말한다.

제안은 글씨를 쓸 때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나

경중과 완급의 변화를 실어야 점획에 생명력이 있게 된다.

누르고 드는 것을 분명하게 표시하여야 하되 또한 거기에 경직되어서도 안 된다.

제안과 경중과 지속과 전절이 융합 조화하여 생동감이 있는 필획이 탄생한다.

 

경중(輕重)

운필할 때 필력의 무겁고 가벼움을 말한다.

따라서 필봉을 눌러서 필획이 굵다고 반드시 무거운 것이 아니며,

필선이 가늘다고 반드시 경쾌한 것이 아니다.

필력이 무거우면 침착, 질박, 혼후한 느낌이 들고,

필력이 가벼우면 편하고 수려하며 온화한 느낌이 든다.

이 운필법에서의 경중은 결구법에서의 허실과는 다른 개념이다.

 

지속(遲速)

운필 속도의 더디고 빠름을 말한다.

필획과 필획으로 이루어진 글자에 음악성(리듬)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지속은 제안 경중이라는 음색을 살려서

음악적 율동감을 창조하는 주인과 같다.

 

이때 돈필(행필을 잠깐 멈춤)도 운율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붓을 내리는 데 더디고 무거우면 연미해지고 급하고 빠르면 유창해진다.

이렇듯이 한결같이 더디고 무겁게 하거나 한결같이 빠르게만 해서는 안 된다.

너무 더디거나 너무 너무 빨라도 필획에 병이 생긴다.

 

또한 더디고 빠름이 무거움과 가벼움과 적절하게 배합되어야

점획이 살아나서 살아있는 글자가 된다.

하나의 점획이 빠른 점획도 있고 느린 점획도 있으며,

하나의 점획이라도 빠른 부분도 있고() 느린 부분도 있으며()

움직이는 부분도 있고() 멈추는 부분도 있어서() 조화를 이룬다.

지속으로 질삽(疾澁)이 만들어진다.

 

전절(轉折)

하나의 필획이 중간에서 방향을 바꿀 때에 사용하는 기법이다.

()은 필획이 중간에서 방향을 바꿀 때에 모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의 요령은 필획이 방향을 바꿀 때에 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즉 제안(提按:붓을 들거나 누르는 것)만 있고 절(:필호를 꺾는 것)

(:붓을 멈추는 것)은 없다. 이를 절차고(折叉股:구부러진 비녀의 무릎)로 비유한다.

금속으로 만든 비녀의 구부러진 부분처럼 필획이 전절하는 곳에서

둥글고 힘이 있으면서 흔적이 드러나지 말아야 함을 비유한다.

 

 

질삽(疾澁)

()은 필획의 속도가 빠른 것을 말하고,

()은 붓을 지면에 매끄럽게 보내지 않음으로써

지면에 발생하는 마찰을 말하는데 다른 말로 한다면 <꺼끌꺼끌함>이다.

즉 운필하는 붓의 끝에서 꺼끌꺼끌한 느낌 즉 마찰 저항의 느낌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필획에 힘이 생기게 된다.

 

삽세는 배가 물을 거슬러 올라갈 때 물의 저항을 이기면서 올라가는 기세와 같고,

질세는 물을 따라서 내려가는 배의 기세와 같다고 표현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니 삽세는 질세보다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러나 삽()도 붓을 너무 느리게 움직이면

필획이 판에 박힌 듯이 되어 생기가 없어지므로 너무 느려도 안 된다.

 

()도 너무 빠르면 필획이 너무 가벼워질 수가 있으므로 너무 빨라도 안 된다.

질삽(疾澁)도 제안(提按)과 경중(輕重)과 지속(遲速)과 전절(轉折)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며

이 모두는 중봉으로 행해져야 한다.

또한 질세(疾勢)라고 하더라도 삽기(澁氣:꺼끌꺼끌한 기운)가 없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유창한 필획이라도 반드시 삽기를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질세가 삽세보다 속도가 빠르므로 질세라고 한 것이다.

 

하나의 필획에서 (특히 긴 필획에서는) 삽세로 행필하다가

도중에 질세로 바뀌고 다시 삽세로 바뀌는 등 하나의 필획에서도

질세와 삽세의 변화가 나타난다.

 

동정(動靜)

글씨의 필획에서 보이는 동적인 형태와 정적인 형태를 말한다.

글자는 동의 형태와 정의 형태가 조화를 이루어 완성되어야 한다.

정의 형태는 안정, 평화, 맑음, 조용함, 장중, 그윽함 등의 특색을 가지고 있으나

어리석고 판에 박히거나 생기가 결핍되기 쉽다.

동의 형태는 활발, 생동, 생명력이 풍부하지만 소란스럽고 난잡하며 질서감이 결핍되기 쉽다.

이렇게 동과 정은 장단점이 있으므로 서로 도와주면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통일은 반드시 주와 종이 있어야 비로소 풍부하고 다채로우며

의미가 무궁한 서예가 될 수 있다.

 

해서는 정에 속하므로 반드시 필획에 동의 요소를 가미하여야 하며

초서는 동에 속하므로 반드시 정의 요소를 가미하여야 한다.

 

특히 초서에 동만 있고 정이 없는 것은 절대로 금하는 것이다.

급하고 신속하게 솜처럼 연결하는 것은 동이고 누르고 머물러 필봉을 전환하는 것은 정이다.

 

 

절주(節奏)

절주는 음악에서 강약 완급 장단 등의 현상이 규율 있게 교체하여 나타나는 것처럼

서예에서도 음악처럼 장단 경중 완급 등과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점획 뿐 아니라 결구와 장법 등 모든 것에 존재한다.

 

먼저 점획으로 말하면 기필 행필 수필의 빠르고 느림에 모두 일정한 절주가 있다.

예를 들면, 필봉을 운행하여 붓을 일으키고 걸터앉혀서 머물러 세를 쌓을 때는(기필)

조금 느리게 하고, 행필할 때는 빠르게 하며,

붓을 거두어 꼬리를 보호할 때(수필) 또한 조금 느리게 하나 기필 보다는 조금 빠르게 한다.

왜냐하면 이는 이미 하나의 필획을 결속시키고

또한 다음 필획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빠르고 느리며 가볍고 무거운 절주의 반복이 한 글자, 한 행에 있도록 하면서

서예작품을 완성하여야 한다.

 

많은 필획으로 구성된 글자는 비록 점과 획에서 절주의 동작이 규율적으로 반복하지만

글자체의 굵고 가늠, 빠르고 느림의 변화 이외에 이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서로 다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 가로획, 세로획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삐침), (파임), 갈고리는 상대적으로 빠르며,

또한 별획은 가늘고 날획은 굵은 것 등이다.

장단의 변화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한 글자가 이와 같고 글자마다 이와 같이 중복되고 반복되어야 한다.

필획의 절주감은 직접적으로 결자의 포백에 영향을 준다.

필순이 이어지는 곳에도 절주감이 있고, 필세의 문제도 이에 관련하여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단정한 해서는 어리석고() 막힘을() 피할 수 있고,

유창한 초서는 뜨고() 매끄러운 것을() 피할 수 있다.

행서와 초서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흔히 보이는 절주의 표현 형식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단연(斷連)은 한 글자의 점과 획 사이와 글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끊어짐과 이어지는 절주이고,

조세(粗細)는 굵고 가는 것의 절조인데 굵은 것은 무겁고 가는 것은 가벼우니 곧 경중의 변화 절주이다.

소밀(疏密:성글고 빽빽함)과 대소(大小:크고 작음)도 초서에서 일반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공백은 실제로 소밀의 문제이지만 초서에서는 때로 단락 사이에서 머물러 공백의 쉼을 나타내어

마치 노래를 부를 때 잠시 멈추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위에서 나열한 것은 설명을 위한 것일 뿐

서예의 절주 형식은 위에서 나열한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운용하는 것이다.

 

 

운율(韻律)

음악에 조화의 소리가(하모니) 있듯이

서예도 마찬가지로 조화와 통일을 이룬 용필, 필의, 절주가 있다.

어떠한 용필, 필의, 절주 등을 막론하고 작가의 정감과 표현으로 나타난 경지로 규정하여야 한다.

이로부터 전체적으로 특정한 기파, 풍격, 격조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서예에서 말하는 운율이다.

이 운율로 화창, 화평, 의기, 울분 등 작가의 정서도 표현된다.

 

역입평출(逆入平出)

기필할 때 행필하려는 반대방향으로 필봉을 거슬려 들인 다음 다시 반대로 전환하여 운행하는 필법이다.

이렇게 될 때에 붓털이 평평하게 펴지게 되어

만호제력(萬毫齊力:모든 붓털에 힘이 고루 미치게 됨)이 이루어지게 된다.

, 역입과 장봉으로 운필하라는 말이다.

 

병필(病筆)

예술효과가 떨어지는 점과 획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막히고(), 판에 박힌 듯 하고(), 새긴 듯 하고(),

맺히고(), 흩어지고(), 어리석고(), 생기가 없고(),

뜨고(), 매끄럽고(), 얇고(), 약한 것() 등이다.

주된 원인은 필력부족,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행필, 붓에 먹물이 너무 많을 경우,

붓과 종이와 먹의 성질에 대한 인식과 파악이 마땅하지 않음 등 다양하다.

 

팔병(八病)

학슬(鶴膝), 봉요(蜂腰), 절목(折木), 시담(柴擔), 정두(釘頭),

서미(鼠尾) 죽절(竹節) 해조(蟹爪) 8가지 형상을 비유로 들어서

잘못된 필획을 설명한 것이다. 이밖에 춘인(春蚓), 사사(死蛇)가 있다.

 

학슬(鶴膝)은 학의 무릎과 같이 필치가 굵고 우둔하며

점과 획의 굵고 가는 것이 확연하게 다른 것이다.

혹 날획(파획,파임)에 단지 두 번의 꺾음이 있고 꺾는 곳이 너무 무거워

이를 학 무릎의 굵은 마디와 비슷하여 보기 좋지 않음을 말한다.

 

봉요(蜂腰)는 벌의 허리라는 뜻인데 가로획을 쓸 때의 병폐이다.

가로로 붓을 일으킬 때와 붓을 거둘 때가 너무 무겁고

행필할 때 한 번에 매끄럽게 지나가면 양쪽 가장자리가 굵고 우둔하고

중간은 가늘고 약하여 벌의 허리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점획이 된다.

 

절목(折木)은 부러진 막대기라는 뜻으로

기필과 수필에서 붓을 들고 누르고 감추고 거두는 동작이 없이 붓을 믿어 일으키고

붓에 맡기어 거둔 결과 필획의 양 가장자리가 마르고 껄끄러워

마치 부러진 나무 막대기와 같다는 비유이다.

 

시담(柴擔)은 땔나무를 매고 있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가로획을 쓸 때 양쪽 머리가 우둔하고 무겁게 아래로 쳐지고

중간은 구부러져서 위로 솟은 모양이 마치 땔나무를 짊어진 것 같다는 비유이다.

정두(釘頭)는 못대가리라는 뜻이고 서미(鼠尾)는 쥐꼬리라는 뜻인데

주로 별획(약획, 삐침)을 쓸 때 생기는 병필 현상이다.

별획을 회봉할 때 비틀고 떠서 매끄럽게 하며,

수필에서 끝이 뾰족하고 가늘어 힘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죽절(竹節)은 대나무 마디라는 뜻인데

세로획을 쓸 때 위 아래의 양 가장자리를 기울여 평평하게 하여

형태가 마치 대나무 마디와 같은 것을 가리킨다.

 

해조(蟹爪)는 게의 발 형상과 같은 것으로

안진경 글씨의 갈고리를 과장한 습기의 병필이다.

살짐이 골력보다 많으나 갈고리가 오히려 지나치게 가늘어

게의 발과 같은 형상을 말한다.

 

그 외에 춘인(春蚓)은 봄 지렁이, 사사(死蛇)는 죽은 뱀인데

이 모두 필획이 구부러진 형상이 봄에 막 나온 지렁이,

죽은 뱀과 같이 연약하고 힘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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