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우렁 더우렁 / 만해 한용운

甘冥堂 2022. 10. 25. 18:14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이 소풍길에

우린 어이타
깊은 인연이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저 빤히 보이는 길 앞에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많이 후회 했겠지요?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주렁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린 어이 정다운 인연이
맺어졌겠습니까?

한 세상
살다 갈 이 소풍길

원없이 울고 웃다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단 말
빈말이 안 되게 말입니다

우리 그냥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더불어 즐기며 살다가
미련없이 소리없이
그냥 훌쩍 떠나 가십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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