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胸有成竹

甘冥堂 2022. 10. 24. 22:28


흉유성죽(胸有成竹)

'대나무 그림을 그리기 이전에 마음 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 그림이 있다'는 뜻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이미 계산이 모두 서 있음을 비유하는 사자성어다

문여가는 중국 북송의 문인이자 화가다.
시문과 글씨, 대나무 (죽화)에 특히 뛰어 났으며 인품이 고결하다

그는 일찍이 화죽기 花竹記)라는 책에서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 속에 대나무를 완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생동적인 대나무를 그리기 위하여
많은 대나무를 심어 두고 매일 관찰하며 대나무의 특징과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

당시 유명한 한 문인은 문여가가 대나무를 그릴 때,
''완전한 대나무가 이미 그의 가슴 속에 있었다''라고 칭송하였다.

흉유성죽(胸有成竹)은 성죽재흉(成竹在胸)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일을 하기 전에 완전한 계획을 구상하여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

이와 관련된 두 학자

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하였던 晁補之에게 하루는 한 청년이 찾아와
"여가선생의 대나무 그림은 실로 신묘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것인데 그 비결이 무엇인지요?"라고 묻자
조보지는 "여가가 대를 그리고자 할 때, 마음속에는 이미 완성된 대나무의 형상이 있다
(여가화죽시 흉중유성죽,
與可畵竹時 胸中有成竹)"라고 대답을 했다.

한편 소식은 그의 지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문동이 그린 대나무 그림을 평하면서 말하기를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 속에 대나무가 있어야 한다.
그런 뒤 붓을 쥐고 그 마음 속의 대나무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 떠오르면 거침없이 붓을 움직여 그 영상을 좇는다."고 했다.

문동이 대나무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소식과 조보지는 이렇게 표현하였던 것이다.


조보지와 소식은 문동의 대나무 그림을 평가하면서
그의 완성된 작품, 즉 묵죽의 훌륭함을 평하기 보다는
그림을 완성시키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찬사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흉중에 완성된 대나무를 그려놓고는
한달음에 내쳐 붓을 휘갈기는 문동의 모습에 넋을 빼앗긴 소식과 조보지의 표정을,
그 감탄을 떠올리기 바란다.

소식과 조보지의 문동의 묵죽에 대한 평가로 인하여
<흉유성죽>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 미리 계산이 서 있다는 의미와
문제에 봉착할 때를 대비해 미리 해결 방안을 마련해 두었음을 뜻하는 말로 그 의미가 확대 재생산되었다.


젊은이들에게 문동의 <흉유성죽>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아주 많다.

젊은이여,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미리 준비하고 미리 대비하라.
그저 어설프게 하는 준비 말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대비말고,
문동의 대나무에 대한 관찰과 같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라.
그러면서 동시에 고결한 인품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엄격하라.


소식과 조보지가, 그 당대의 문인이자 석학인 그들이
문동의 완성된 묵죽화보다 그의 흉중의 대나무에 초점을 맞추어 시를 읊은 까닭을 헤아리기 바란다.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그 무엇이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을 위해 문동의 <흉유성죽>을 말하고 있음을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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