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하이쿠 시

甘冥堂 2022. 11. 1. 10:00

하이쿠 시 모음집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


미안하네, 나방이여
난 너에게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그냥 불을 끄는 수밖에
(이싸)


나비 한 마리 돌 위에 앉아 졸고 있다
어쩌면 너의 슬픈 인생을
꿈꾸고 있는 건지도 몰라
(시키)


이 달팽이, 뿔 하나는 길고
뿔 하나는 짧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부손)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게 물리다니!
(이싸)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벚꽃 아래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이싸)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 주게,
귀뚜라미여
(이싸)


새해의 첫날,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다
그냥 인간일 뿐
(시키)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소칸)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싸)


높은 스님께서
가을 들판에서
똥 누고 계신다
(부손)


불을 피우게
그러면 내가 멋진 걸 보여 줄 테니,
눈뭉치!
(바쇼)


어부의 오두막
바구니에 담긴 새우들 속에
귀뚜라미 몇 마리!
(바쇼)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우네
(소세키)


목욕할 물을
버릴 곳이 없다
온통 벌레들 울음소리
(오니츠라 )


올빼미여,
얼굴 좀 펴게나
이건 봄비가 아닌가
(이싸)


달팽이 얼굴을 자세히 보니
너도
부처를 닮았구나
(이싸 )


이 첫눈 위에
오줌을 눈 자는
대체 누구인가?
(기가쿠 )


번개에
한 순간 드러나는
마른 강바닥!
(이싸 )


꺾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나오조 )


어서 나와, 반딧불아
난 방문을 잠그고
외출할 거야
(이싸 )


두 그루의 매화, 얼마나 보기 좋은가
하나는 일찍 피고
하나는 늦게 피고
(부손 )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이싸)


내가 경전을 읽고 있는 사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쿄로쿠 )


달빛이 너무 밝아
재떨이를 비울
어둔 구석이 없다
(후교쿠)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시키)


밀물에
발끝으로 서 있는
나비!
(치요니)


너의 본래면목은
무엇이니,
눈사람아?
(소세키 )


못통 속의 못들
모두가 운 좋게
굽어 있다
(호사이)


천둥 번개가 쳐도
나는 젓가락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뻐꾸기가 울 때는...
(무초)


나는 외출하니
맘 놓고 사랑을 나누게나
파리여
(이싸 )


오늘 허수아비를 만들었다
나이가
일흔 두셋쯤 되는
(쇼우)


낮에는 모기들을
부처님이
등 뒤에 숨겨 주고 있네
(이싸)


승려와 파리와
모기가
내 앞을 지나갔다
(이싸 )


국화를 기르는 사람들,
당신들은
국화의 노예들이오!
(부손)


이 봄날, 내 오두막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있다
(소도)


오래된 연못
개구리
풍덩!
(바쇼)


논 주인이
허수아비 안부를 물으러
논에 나갔다 돌아오네
(부손)


특별한 재주가 없으니
난 잠이나 잘란다
이 시끄러운 새들아
(바쇼)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
잠들지 않으면
더욱 춥다
(시코)


반딧불이 반짝이며 날아가자
저길 봐하고 소리칠 뻔했다
나 혼자인데도
(다이기 )


이 무더운 날에
나는 마음을 정했다
승려가 되기로
(토세키)


나무 그늘 아래
나비와 함께 앉아 있다
이것도 전생의 인연
(이싸)


나비가 사라지자
비로소 내 혼이
내게로 돌아왔다
(와후)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남는 것이다
저 하늘까지도
(이싸)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연꽃 잎사귀에 소변을 보니
사리가
알알이 맺히네
(시코)


뚱뚱하게 살찐 중 하나가
사람들 사이를 지나온다
기도문을 외면서
(이싸)


달구경 하는 사람들에게
구름이 잠시
쉴 틈을 주네
(바쇼)


새벽이 밝아오면
반딧불도
한낱 벌레일 뿐!
(아온)


벼룩을 눌러 죽이며
입으로는 말하네
나무아미타불!
(이싸 )


저무는 가을,
거지가 내 옷을
오랫동안 쳐다보네
(이싸)


반딧불 하나가
내 소매 위로 기어오른다
그래, 나는 풀잎이다
(이싸)


언 붓을 녹이려다
등잔에
붓 끝을 태웠다
(타이로)


재주가 없으니
죄 지은 것 또한 없다
어느 겨울날
(이싸)


눈이 하나뿐인 사람이
한참동안
나를 쳐다보네
(호사이)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시메이)


첫눈을 보고 나서
얼굴을
씻었네
(에츠진)


새벽에 핀 이꽃들
나는 내가 보려고 했던 것보다 더 많이
신의 얼굴을 보았다
(바쇼)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이싸)


반딧불을 쫓는 이들에게
반딧불이
불을 비춰 주네
(오에마루)


대문 앞에 난
단정한 노란 구멍,
누가 눈 위에 오줌을 누었지?
(이싸)


달이 동쪽으로 옮겨가자
꽃 그림자
서쪽으로 기어가네
(부손)


모든 종교와 말들을 다 떠나니
거기 자두꽃과
벚꽃이 피었구나
(난후꼬)


태어나서 목욕하고
죽어서 목욕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싸,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시( 하이쿠 시 모음집)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
하지만, 하지만...

이싸, 어린 두 딸을 잃고, 아들마저 죽은 뒤 쓴 시
- 하이쿠 시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류시화



하이쿠는 어느 한 순간의 일어난 장면을 마치 정지된 시간으로 포착하여 어떤 깨달음을 얻고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有限性을 그리는데 여기에는 禪佛敎思想을 바탕으로 한 인생의 無常觀과 결합하여 있다.

하이쿠는 5・7・5의 17음을 정형으로 하는 滑稽(골계)와 諧謔的(해학적) 성격을 띤 정형시로
자연과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렌가의 훗쿠(發句) 형식을 계승한 하이쿠가 17음의 짧은 형식으로 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고(季語)와 기레지(切字) 효과 때문이다.

기고(季語;계절어)는 렌가를 지을 때부터 존재하였지만
기고(季語)라는 명칭은 20세기에 새롭게 만든 단어이다.
계절을 대표하는 특성으로 시간성을 갖고 동시에 독자의 시선을 한 시점으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고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① 단어 자체에 계절이 들어가는 시어 : 봄바람(春の風), 여름 산(夏の山)
② 특정 계절과 밀접하게 연관 되는 단어 : 더위(署さ), 추위(寒さ)
③ 어느 계절을 나타내기로 약속한 특정 단어 : 꽃(花, 하나), 달(月, 츠키)
※ 꽃 ⇒ 봄을 상징하는 벚꽃 / 달 ⇒ 가을의 보름달

기레지(切字)는 하이쿠의 發句와 平句를 구분하기 위해 넣는다. 5·7·5음 중 기레지의 위치에 따라 5음군 또는 12음군을 형성하여 의식흐름을 끊어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고
기레지의 위치에 따라 1구1장 또는 2구1장의 의미구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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