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子規詞

甘冥堂 2022. 11. 8. 06:27



김시습이 전하는 상왕의 「자규사」이다.

달 밝은 밤 귀촉도 울면
月白夜蜀魂啾
시름 못 잊어 다락에 기대었네
含愁情倚樓頭
네 울음 슬퍼 내 듣기 괴롭구나
爾啼悲我聞苦
네 소리 없으면 내 시름없을 것을
無爾聲無我愁
이 세상 괴로운 사람에게 말을 전하노니
寄語世上苦勞人
춘삼월에는 자규루에 부디 오르지 마소
愼莫登春三月子規樓

세조가 즉위하자 고향인 영천으로 낙향하였다가 영월을 찾았던
조상치가 듣고 따라 불렀다. 다음은 후반부이다.

그 얼굴 외롭고 모습도 초췌하여라
形單影孤貌憔悴
우러르고 높이기는커녕 뉘라서 돌아보리
不肯尊崇誰爾顧
슬프다 인간 원한 그 어찌 너뿐이리오
嗚呼人間寃恨豈獨爾
충신의사 강개 불평은
義士忠臣增慷慨激不平
손꼽아 세지 못할 것을
屈指難盡數

다음은 김시습이 따라 부른 노래인데, 역시 후반이다.

깃 떨어진 채 쓸쓸히 돌아갈 곳이 없구나
落羽蕭蕭無處歸
뭇 새들도 우러르지 않고 하늘도 돌보지 않으니
衆鳥不尊天不顧
어디를 보고 한밤중에 목매어 불평 쏟아낼까
故向中宵幽咽激不平
공연히 임금 잃은 신하 적막한데
空使孤臣寂寞
깊은 산에 남은 세월 얼마나 세어보았나
窮山殘更數

박도의 노래는 생략한다. 김일손은 사무쳤다.
즉석에서 읊었으니 뒷부분만 옮긴다.

지지배배 온갖 새들 서로 봄을 다투는데
啾啾百鳥共爭春
너만 홀로 슬피 울며 사방을 돌아보니
爾獨哀呼頻四顧
이미 별 기울고 달도 지니 그 울음 더욱 처량하여라
已而參橫月落聲轉悲
아름다운 사람 생각하니 눈은 아득하고 숨만 가빠
懷佳人兮目渺渺氣激激
외로운 신하 홀로 된 아낙의 곡성을 헤아릴 길 없네
孤臣寡婦哭無數

이때 김시습은 단종의 칠언율시 「자규」까지 외워서 전했다.

원통한 새 한 마리 궁중을 나오니
一自寃禽出帝宮
외로운 몸 그림자마저 짝 잃고 푸른 산을 헤매네
孤身隻影碧山中
밤은 오는데 잠들 수가 없고
假眠夜夜眠無假
해가 바뀌어도 한은 끝없어라
窮恨年年恨不窮
새벽 산에 울음소리 끊어지고 달이 흰 빛을 잃어가면
聲斷曉岑殘月白
피 흐르는 봄 골짜기에 떨어진 꽃만 붉겠구나
血流春谷洛花紅
하늘은 귀먹어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天聾尙未聞哀訴
서러운 이 몸의 귀만 어찌 이리 밝아지는고
胡乃愁人耳獨聰


후세 사람이 지어낸 것이 아니었다.
김시습이 그런 일을 할 사람도 아니다.
김일손이 시를 지었으니 「노릉어제(魯陵御製)의 자규시를 따르다」이다.
노산군을 임금으로 생각한 것이다.

금수의 미산 아래 옛 궁궐을 생각하니
錦水眉山憶舊宮
자규새 울음소리 나무 사이에 퍼지네
一聲聲在亂樹中
아름다운 여인은 수놓기를 그치며 봄이 지나감에 놀라고
佳人停繡驚春暮
외로운 나그네는 등잔불 아래에서 밤을 밝히네
孤客桃燈坐夜窮
만 리나 떠나온 시름이 예쁜 풀에 초록빛을 더하나
萬里愁添芳草綠
천 년 눈물이 떨어져 지는 꽃을 더욱 붉게 하는가
千年淚洒落花紅
돌아가리 하여도 돌아갈 곳이 어디메뇨
不如歸去歸何處
대궐 앞에서 외쳐 봐도 임금 귀에 들어갈 길이 없네
叫閤無由達帝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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