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鑿壁偸光ㅡ벽을 뚫어 빛을 훔치다.

甘冥堂 2024. 4. 9. 13:03

착벽투광(鑿壁偸光) – 벽을 뚫어 빛을 훔치다, 가난을 이기고 공부하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성어와 함께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딧불과 눈과 함께 노력해 이룬 공
螢雪之功(형설지공)의 車胤(차윤)과 孫康(손강)이다.
이 말은 이름까지 들어간
車胤聚螢(차윤취형)과 孫康映雪 (손강영설)로도 사용되니 더 영광이다.

또 졸음을 쫓기 위해 상투를 천장에 매달고, 허벅다리를 송곳으로 찌르며 공부한
懸頭刺股(현두자고)의 蘇秦(소진)도 못지않다.

여기에 한 사람 더 등잔을 켤 기름이 없어 벽에 구멍을 뚫고(鑿壁) 이웃집에서 나오는 빛을 훔쳐(偸光) 책을 보았다는
匡衡(광형)이 있다.

빛을 훔쳤다고는 하지만 빛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나라 甘茂(감무)가 말한
藉光(자광)과 뜻이 상통한다.

여러 아가씨가 촛불을 밝히고 일을 하는데 초를 살 형편이 못되는 처녀는 청소를 해 주고 빛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다.
빛이 더 사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東晉(동진) 때의 학자 葛洪(갈홍)의 저작이라고 알려진 ‘西京記(서경잡기)’의 빛 도둑 이야기도 보자.

前漢(전한) 때의 학자 광형은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초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밤에는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형편이 나은 이웃집에서는 밤마다 촛불을 훤하게 밝혀 광형은 내심 부러웠다. 그러다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그는 몰래 벽에 구멍을 뚫고 이웃집의 촛불 빛이 자기 방에도 비치게 하여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
(衡乃穿壁引其光 以書映光而讀之/ 형내천벽인기광 이서영광이독지).

마을의 부잣집에서 품을 팔 때도 품삯대신 그 집에 있는 책을 빌려 읽었던 적도 있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독서를 한 결과 많은 학식을 갖춘 태학의 박사가 됐고
詩經(시경)의 해설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풍부해진 오늘날 빛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생들은 세계의 경시대회에서 수시로 상위 성적을 휩쓴다. 열심히 공부한 덕이다.

그런데 억지로 시키는 공부가 많아 졸업 후는 흥미를 잃고 창의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도 발전이 없다면 문제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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