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늙음의 미학

甘冥堂 2024. 4. 9. 06:56

"이렇게 하늘이 나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어찌 공부를 안 할 수 있겠는가!"

정파싸움에 휩싸여 결국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간 다산 정약용 선생이 했던 말입니다.
억울해서 복창 터질 일이지만
'어찌할 수 없음'을 '어찌할 수 있음'으로 바꿔냅니다.

얼마 전 우연히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의 한 부분을 읽었습니다.  
책 속에서 다산 선생의 멋진 긍정사고를 만났습니다.
아하! 감탄과 공감이 절로 터집니다.
"늙음의 미학"이라는 글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며,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 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요,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니,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할 터이고,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여 가끔 힘들면 한숨 쉬고, 하늘을 한번 쳐다보아라.  

멈추면 보이는 것이 참으로 많다.”



또 한 구절에서 진정한 긍정 유머의 내공을 읽어냅니다.

대머리가 되니 빗이 필요 없고
이가 없으니 치통도 없구나!
눈이 어두우니  공부를 안 해도 편안하고
귀가 어두우니 세상의 시비와 멀어지는구나!
붓 가는 대로 글을 쓰니 손 볼 필요가 없구나!

19년동안 극한의 유배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지키고,
평생 500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배경에 저토록 강력한 긍정적인 생각이 있었네요.
그저 강인한 정신력에 감탄만 나옵니다.

인생은 끊없는 희로애락의 연속입니다.

기쁠 때 즐길 수 있고, 슬플 때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긍정이 필요합니다.
그의 긍정적인 해석을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인생은 해석의 문제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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