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제비

甘冥堂 2024. 4. 26. 13:33

제비가 돌아왔네.

옛집을 수리하면서
제비집은 일부러 남겨 놓았다.

이 제비집은 언제 지어졌는지...
모르긴해도 10여 년도 넘었을 것이다.

 

옛집을 찾아온 제비들이 지지배배 우짖는 소리들 들으니

민요풍의 노래가 생각난다.

 

 

그리운 강남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땅에도 또 다시 봄이 온다네,

삼월도 초하루 당해 오면은
가뜩이나 들썩한 이 내 가슴에
제비 떼 날아와 지저귄다네

이 노래는 민요풍의 서정적 분위기가 도드라진다.

작사자 김형원은
동아일보 조선일보·매일신보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이자 시인이었다.

 

 

이 시를 노래한 가수 이광수, 장사익

이광수


이광수는 대한민국의 국악인으로 남사당패 출신이며, 북을 쳤다.
그는 비나리 명인이고 사물놀이를 처음 만들었다.

 

 

장사익도 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는 장사익

 

"늦되어도 늦은게 아니다." 장사익이 남긴 말이다.

 

서둘러 핀 꽃은 서둘러 사라진다. 봄에 핀 꽃은 봄이 가면 시들고, 여름꽃이 지면 가을꽃이 핀다.

인생 사계절에 빗댄다면 나는 봄여름 다 지내면서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마흔다섯 살에 노래를 하기 전까지는 좌절하고 방황하며 나의 꽃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열댓 번 직업을 바꾸면서도 내 안의 작은 씨앗 하나는 버리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다는, 막연하지만 막을 수 없는 꿈이었다.

마치 모래알을 삼켜 끝내 진주를 품는 조개처럼,

쓰리고 아파도 목울대 아래 돌멩이 하나 삼킨 채 인생의 봄날인 청춘을 다 흘려보냈다.

그러나 꿈이 있었기에 시간을 쪼개서 노래를 배웠고,

어려서부터 좋아한 우리 전통 소리인 피리와 대금, 태평소 등도 배웠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런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내 몸에서 소리를 꺼낼 수 있게 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25년을 보낸 후 1994년에 홍대 앞 100석짜리 소극장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2년 후인 1996년에 40대 중반을 넘어 3000석 규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돌아보면 나는 항상 늦되었다.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데뷔했거니와 노래가 아닌 분야에서도 늘 늦게 출발했다.

마라톤도 환갑을 앞두고 내 몸에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완주를 결심해 시작한 것이다.

3년 전부터 연습해서 환갑이 되는 해에 처음 출전, 4시간 12분대를 기록했다.

 

오랫동안 집에서 독학해 오던 한글 서예전을 연 것도 칠십이 되던 해였다.

너무 늦는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에 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니

‘아무튼 시작하는 용기’를 내며 산다.(조선일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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