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잠시 멈춰야지

甘冥堂 2024. 7. 9. 10:30

며칠 동안 고생해서 편집을 끝내고
제책 의뢰를 했더니 연락이 왔다.
 
"A4(46 배판)으로 해 드릴까요?"
"아니요, A4는 용지가 너무 커서 책꽂이에 넣기도 불편해요.
그보다 작게 만들어 주세요."
"그럼 크라운판으로 해 드릴게요. ...그러려면 다시 편집해야 되는데.."
"알았어요. 다시 만들어 보내드릴게요."
 
편집할 때 규격 선택을 깜빡한 게 원인이다.
기껏 해 놓은 것을 다시 만들려니 기분이 영 찝찔하다.
 
 
생각해 본다.
어찌하여 매년 상.하반기마다 책자를 만드는가?
그것도 내가 쓴 것은 몇 편 되지도 않은, 거의 남의 글 베낀 것을...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벌써 10여 년째 그 짓을 하고 있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인가? 자기 만족인가?
 
이젠 이 짓도 잠시 멈춰야겠다.
내가 만들어 놓고 들춰 보지도 않고
그냥 책꽂이만 차지하고 있는 책.
이걸 아까운 시간과 경비를 들여 만드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소용없는 짓이다.
이제부터라도 내 글을 써야지.
한 달에 한 줄이 되던, 일 년에 몇 줄이 되던
내가 직접 지은 글로 책자를 만들어야지.
그게 내 자신에 대한 도리지.

맘을 고쳐 잡는다.
 
글을 쓴다는 게
힘들고 어렵다는 걸 어찌 모르랴마는
그래도 할 것은 해야지...
그게 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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