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퇴고의 유래

甘冥堂 2024. 7. 21. 10:19

퇴고의 유래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새들은 연못가 나무 위에 잠들고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당나라 때 시인 가도의 서경시다.

이 시의 바깥쪽 '승고월하문'이 처음에는 '승퇴월하문'이었다.

그런데 '승퇴월화문'을 아무리 읊어 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

'()밀다'자 대신으로 생각해낸 것이 '() 두드리다' 자였다.

그래서 '승고월하문'이라 해보면 이번엔 다시 ''자에 애착이 생긴다.

 

퇴로 할까? 고로 할까? 정하지 못한 채, 하루는 노새를 타고 거리로 나갔다.

노새 위에서도 퇴로 할까? 고로 할까? 열중하다가

경윤(京尹)행차가 오는 것도 몰라서 그만 부딪치고 말았다.

 

이윽고 경윤 앞으로 끌려간 가도는 로 할까? ‘로 할까?

생각에 빠진 나머지 미처 행차가 오는 것도 몰랐다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에 경윤이 파안일소하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긴 끝에

"그건 ''보다 ''가 나을 것이네"라고 하였다.

이때 경윤은 다름 아닌 당대의 문장가 한퇴지(韓退之) 韓愈였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이름을 알고 그 자리에서부터 문우가 되었으며,

가도가 승퇴월화문을 한퇴지의 말대로 승고월하문으로 정했음은 물론이다.

이로부터 훗날 사람들은 글을 고치는 것을 '퇴고'라고 부르게 되었다.

 

*밀추()가 대표소리이지만 밀 퇴()로도 읽는다.

*경윤(京尹): 지금의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옛날 벼슬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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