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견우 직녀의 노래

甘冥堂 2024. 8. 10. 09:16

♤견우의 노래 /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가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칠석이 돌아 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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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에게/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멀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벼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 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남은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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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월칠석(七夕)

오랜 세월, 우리 민족정서에 영향을 미친 전설로
목동인 견우(牽牛)와 길쌈 잘하는 하느님 손녀 직녀(織女)를 만나게 하는 까막까치들은

오작교 신화를 만들었다.

牽牛織女動晴天 견우직녀는 맑게 갠 하늘을 감동시키고
夏夜銀河祝繡邊 여름밤 은하는 주변을 수놓아 축하하네!

近接甘興從世俗 근접하여 달콤한 흥으로 세속에 빠지니
遠離苦痛罰神仙 멀리 떨어지라는 고통을 신선이 벌주었네!

鴛鴦懇愛何能碍 원앙의 간절한 사랑, 무엇이 막을 손가?
烏鵲憐悶橋作筵 오작이 연민하여 다리 놓아 자리 만드니

七夕星辰傳說美 칠석날 별들의 전설이 아름다워라! 
子孫代代望綿連 자손대대로 면면히 이어지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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