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그것이 내게 찾아올 줄이야.
몇 개월 전, 엄지발등이 아팠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오른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지 않아 그런가?
일주일 전 등산을 가는 중에도 무릎이 시큰거려 걱정되었으나 그냥 참고 산을 올랐다.
다행히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운동을 하니 저절로 나아졌나 보다
내심 좋아했다.
모처럼 산악회 친구들을 만나니 술판이 어우러져 크게 취해 귀가했다.
그로부터 이틀 정도 지났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발등이 아팠다.
그러더니 점점 통증이 심해져 갔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도 그랬었는데, 이 통증이 발등에서 무릎으로,
다시 발등으로 옮겨 다니며 괴롭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갔다.
오른쪽 발등이 벌겋게 부어오른 것이 완연하다.
걱정한 대로 발등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3일 동안을 그렇게 버티다가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X-ray. 초음파, 혈액, 소변 등 각종 검사를 하고 엉덩이에 주사도 맞고 약 처방도 받았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오늘.
통증은 조금 가라앉았으나 제대로 걸을 수는 없다.
쩔뚝거리며 볼일을 보러 다니니 고통이 더 심해지고,
발등은 벌겋게 부어올라 만질 수조차 없을 정도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뒤늦게 무슨 시련인가?
기분이 상당히 거시기하다.
셰익스피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고,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다라고.
너나 아픔을 즐기세요.
내 인생 아직도 삼류, 이류에 지나지 않는구나.
아픔을 즐기기에는 아직 '짬밥'이 부족한가 보다.
담당의사가 엄하게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금주해야 합니다.
술은 냄새도 맡지 마시고, 술을 조미료로 사용한 음식도 먹으면 안 됩니다."
"내 좋아하는 '술빵'도 먹으면 안 되나요?"
물어보려다 참았다.
아, 인생 3 락이 다 사라지려 한다.
일독이색삼주(一讀二色三酒).
二色은 이미 사라졌고, 三酒도 지금부터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사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