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采蓮曲 / 許蘭雪軒

甘冥堂 2025. 1. 21. 01:28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가을의 긴 湖水에 玉 같은 물 흐르는데
荷花深處係蘭舟 (하화심처계난주 )  蓮꽃 깊은 곳에 木蘭배를 매어뒀지.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연자)  임을 만나 물 건너로 蓮밥을 던지다가
遙被人知半日羞 (요피인지반일수)  남의 눈에 띄었을까 半나절 無顔했네.

許蘭雪軒(1563~1589)의 <采蓮曲>이란 作品이다.

푸른 하늘처럼 아스라이 펼쳐진 파란 江물 위로 배를 띄웠다.
碧玉 같은 가을 江물. 하늘과 물이 어우러져 시릴 듯 푸르다.

아가씨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타고 온 木蘭배를 茂盛한 蓮꽃 속에 가만히 매어두고
만나기로 한 임을 기다렸다.
이윽고 방죽 위로 임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임은 내가 蓮꽃 속에 숨어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채 四方을 두리번댄다.
그가 하는 양을 숨어 지켜보다가,

안타까운 나머지 그녀는 임의 발치에 蓮밥을 던지고 말았다.
수줍어 '저 여기 있어요.'라고 말은 못하고 말이다.

 3句의 '蓮子'는 蓮밥, 곧 蓮꽃의 열매를 뜻한다.
그러나 이 作品 속에서 '蓮子'는 '憐子'
卽 '그대를 사랑한다'는 속뜻을 담아 사랑의 告白이 되었다.
그녀가 물 건너로 던진 것은 그저 尋常한 蓮밥이 아니라
'나는 當身을 사랑합니다.' 라는
사랑의 告白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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