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氷肌玉骨

甘冥堂 2025. 1. 21. 01:02

빙기옥골(氷肌玉骨) - 살결이 곱고 깨끗한 미인, 곱고 깨끗한 매화

얼음같이 흰 살결(氷肌)과 옥 같은 골격의 풍채를 지녔다(玉骨)는 이 말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피부가 더없이 고운 미인을 가리키거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노래한 꽃,
梅花(매화)를 묘사한 데서 나왔다.

매화는 梅蘭菊竹(매난국죽)의 四君子(사군자)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고,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三淸(삼청)이나
歲寒三友(세한삼우)로 불릴 정도로 선비들의 숭상을 받았다.
養花小錄(양화소록)과 함께 조선의 2대 원예서로 꼽히는
花菴隨錄(화암수록)에도 물론 1등급에 올라 있다.

꽃과 여인,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노래한 것이 많은 것도
매화의 청초한 자태와 은은한 향기가 미인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먼저 미인을 나타낸 시를 두 편만 보자. 시와 술, 거문고를 즐겨

三酷好(삼혹호) 선생이라 자칭했던
고려시대의 명문장가 李奎報(이규보)의 ‘梅花(매화)’ 후반부다.

‘옥 같은 살결엔 아직 맑은 향기 있어
(玉肌尙有淸香在/ 옥기상유청향재),
약을 훔쳤던 달 속의 미녀 항아의 전신인가
(竊藥姮娥月裏身/ 절약항아월리신).’

조선 중기 대학자 退溪(퇴계) 李滉(이황)의 매화사랑은 유명하여

62제목에 91수의 매화시를 남겼다.

‘군옥산 머리에 제일 아름다운 선녀인가
群玉山頭第一仙 (군옥산두제일선),
눈같이 흰 살결 꿈에 본 듯 아리땁네
氷肌雪色夢娟娟 (빙기설색몽연연).’

‘對月詠梅(대월영매)’의 부분이다. 군옥산은 西王母(서왕모)가 산다는 산이다.
두 편 모두 玉肌(옥기), 氷肌(빙기)로 묘사했다.

매화는 다른 꽃보다 먼저 눈 속에서도 핀다고 선비의 절개를 상징했다.
조선 중기 문인 申欽(신흠)은 유명한 ‘野言(야언)’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항상 그 가락을 지니고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栗谷(율곡) 李珥(이이)의 ‘매화가지 끝의 밝은 달(梅梢明月/ 매초명월)’은 이렇다.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霜雪助素艶 淸寒徹人髓 (상설조소염 청한철인수),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오늘 밤엔 한 점 찌꺼기 없네
對此洗靈臺 今宵無點滓 (대차세령대 금소무점재).’
梢는 나무끝 초.

중국의 시인묵객들도 매화에 관해 많은 글을 남겼지만 우리나라 명시도 많다.

조선 후기의 가객 安玟英(안민영)이 남긴
‘梅花詞(매화사)’ 시조 8수 중의 3수에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氷姿玉質(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 놓아 黃昏月(황혼월)을 기약하니
아마도 雅致高節(아치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빙자옥질, 아치고절 모두 매화의 절개를 표현했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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