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南軒松 / 李白

甘冥堂 2025. 1. 18. 06:56

[ 남헌의 소나무 ]이백 『정언묘선』

남헌의 외로운 소나무 한그루

가지와 잎이 절로 빽빽이 덮였네.
맑은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와
밤이나 낮이나 늘 상큼하다네.
음지에 오래된 이끼가 파랗게 돋아
그 빛이 가을 안개를 푸르게 물들이네.
어찌하면 하늘을 뚫고 자라나
곧바로 수천 길을 뻗어 오르겠는가?

 [ 南軒松 ]李白

南軒有孤松 남헌유고송
柯葉自綿羃 가엽자면멱
淸風無閒時 청풍무한시
瀟灑終日夕 소쇄종일석
陰生古苔綠 음생고태녹
色染秋煙碧 색염추연벽
何當凌雲霄 하당능운소
直上數千尺 직상수천척

남헌의 낙락장송을 에찬한 작품이다.
맑은 바람이 늘 불어오니 소나무는 밤낮으로 맑은 기운을 뿜는다.
고색창연한 이끼가 파랗게 끼어 있어 시원한 기운이 이는데,
푸른 솔잎으로 인하여 뿌연 안개조차 푸르게 보인다.
한여름에 이 시를 읽노라면 절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소나무 아래에 앉은 듯 세상의 더러움이 가슴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를 청신쇄락하게 한 것은 무엇인가? 시에 이미 답이 있다.
바로‘淸風’과 ‘瀟灑’다.
이것만으로도 이 시는 충분히 말고 시원할 수 있다.
시가 청신쾌락하려면, 계절적으로 늦여름이 좋다.
무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샘이 등장한다.
이슬이 내리고 달빛이 비치면 더욱 좋다.
시에 파란빛이 강하게 투시되어야 하고 맑은 개울물 소리가 들려야 한다.
맑은 샘이나 개울가의 대숲과 솔숲이 배경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백은 자모죽(慈姥竹)에서 
“푸른빛이 물결 깊이 떨어지는데, 
속이 비어나는 소리는 일찌감치 찬빛을 띠고 있네“
(翠色落波深, 虛聲帶寒早)라 했고,

유태산(遊泰山)에서는 
“산이 훤하니 달과 이슬이 흰가 보다,
밤이 조용하니 솔바람 소리 그쳤나 보다“
(山明月露白, 夜靜松風歇)라
했다.

 청신쇄락한 시는 대개 이러하다.
맹호연(孟浩然)도 
「업스님의 산방에서 자면서 정공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기에」
(宿業師山房待丁公不至)에서
 “소나무에 달이 뜨니 한밤에 시원한 기운이 생겨나고, 
바람에 샘물소리가 온통 말게 들리네“
(松月生夜凉, 風泉滿淸聽)라 했고,

 「여름날 남쪽 정자에서 신대가 그리워서」(夏日南亭懷辛大)의 앞 대목에서는

“산에 해가 갑자기 서쪽으로 넘어가자,
못 위에 달이 점점 동쪽으로 떠오르네.
머리 풀고 시원한 저녁바람 쐬고,
창을 열고 한가롭게 누워 있노라.
연꽃 바람이 향기를 불어오고,
댓잎의 이슬이 맑은 소리를 울리며 맺히네”

山光忽西落 산광홀서락

池月漸東上 / 지월점동상
散髮乘夕凉 / 산발승석량
開軒臥閑敞 / 개헍와한창
荷風送香氣 / 하풍송향기
竹露適淸響 / 죽노적청향 라 했다.

이러한 시에는 유난히 ‘淸’과 ‘凉’ 등의 글자가 자주 쓰였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야 시가 맑아진다.

출처: 우리 한시를 읽다

'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浣溪沙 / 蘇軾  (0) 2025.01.19
望夫石 / 王建  (0) 2025.01.18
臨江仙 / 楊慎  (0) 2025.01.16
冬(겨울) / 康海(明)  (0) 2025.01.16
선시  (0)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