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있는 절인 선래왓 주지이신 인현 스님이 거처하시는
요사채의 외벽에 현판을 걸어 놓으셨다.
‘여소(旅巢)’라고 쓴 글씨였다.
그 뜻을 여쭤보니 여행자가 거주하는 둥지라는 의미라고 하셨다.
여행자는 머무는 곳에 집착이 없어서 떠날 것을 알고,
둥지는 새의 둥지를 직접적으로 가리키니
이 또한 언젠가 비워질 것을 안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
『마음의 노래, 주심부』라는 제목의 책. 연관스님 번역
“뱀을 삼킨 줄 알고 얻은 병은 모두 의심에서 생겨난 것이요,
모래를 걸어 놓고 배고픔을 달램은 다 생각에서 일어난 것이라네.”
이 문장에는 배경이 되는 일화가 있었다.
한 사람이 술잔을 받았는데 그 잔 속에 뱀이 있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두려움이 생겼는데,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다른 사람이 활에 뱀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여주고선
술잔 속의 뱀은 활에 그려진 뱀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생각해 보라며 권하자
마음속으로 그러하다고 간주했더니 두려워하는 마음이 모조리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일화는 이러했다.
기근이 들어서 한 가족이 끼니를 잇기 어려웠고, 어린아이가 밥을 달라며 울자
그 어머니가 묘안을 내어 모래주머니를 매달아 놓고선 그것을 밥이라고 속였더니
아이가 그런 줄로 알고서 울음을 그쳤다는 것이었다.
이 두 일화도 마음에 관한 일화이니
결국 세상 모든 일이 내 마음에 달렸다는 가르침인 듯했다.
문태준시인
旅巢(여소)
현판에 쓴 이말이 맘에 든다.
내가 자주 쓰는 孤旅山房(고려산방)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다.
甘冥堂(감명당). 不拒堂(불거당). 거의 비슷한 의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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