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매미가 우네

甘冥堂 2026. 7. 14. 19:15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는 자신의 서재를 선귤당(蟬橘堂)이라 부른다.

매미(蟬)와 귤(橘)을 뜻하는 이름 속에는
그가 지향한 삶의 방식이 들어 있다.
귤은 군자의 높은 절개를 상징한다.
매미는 청빈함과 선비의 고귀한 정신을 대변한다.
오직 맑은 이슬만 먹고 살며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내려놓고 떠난다.

매미 모습에서 옛 선비들의 오덕(五德)을 본다.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을 갖춘 매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진정한 군자이다.

고귀한 삶을 얻기까지 매미가 감내해야 하는 시간은 길다.  
애벌레 시절 차갑고 캄캄한 땅속에서
무려 수년의 시간을 홀로 견뎌낸다.

빛과 온기도 없는 땅속에서  단 한 철의 여름을 위해 헌신한다.
하늘 향해 날개 짓 할 한 순간을 위해 묵묵히 인내한다.

단단한 껍질에서 나올 때 자신의 삶을 걸고 탈피(脫皮)한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올 때
허락된 시간은 고작 보름 남짓이다.
수년간의 기다림에 비하면 허무할 만큼 짧은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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