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공항의만남. 그리고 이별

甘冥堂 2007. 3. 11. 22:00

가요 무대에 가수 문주란이 나와서 공항의 이별을 부르는것을 얼마전 텔레비젼을 통해 보았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넘치는 감정, 애절한듯 담담한듯. 그 노래가 좋았다.

반쯤 음치인 우리 마누라가 즐겨 부르는 노래여서 더욱 애틋하기도 했다.

 

4년전쯤, 옛날 직장 동료와 태국여행을 갔다. 동료의 동생이 태국 여성과 결혼하여 방콕에서

살고 있다했다. 공항에서 만난 형제들의 만남의 모습이 너무도 무덤덤했다.

 

"왔어?."

" 응.."

 

그게 다 였다.

경상도 사나이도 아닌데 그렇게 간단할수가 없었다.

 

"오랫만에 형제가 머나먼 타국 땅에서 만났으면 부둥켜안고 눈물 방울이라도 흘려야 되는거 아냐?"

보다못한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냥 그것으로 만남의 의식은 끝나고 말았다.

 

오늘,

친구의 형님이 미국에서 와 일주일여 머물다가 귀국하는 날이다.

짐꾼(?)으로  같이 공항에 가자고 해 따라나섰다.

차안에서도 별로 얘기들도 없이 간단한 몇마디만 나눈 형제가

드디어 작별의 순간이 왔다.

짐짓 자리를 비켜주며 그들의 이별의 순간을 훔쳐 보았다.

 

"잘 하고 있어" 떠나는 형이 동생을 향해 말했다.

"알았어" 동생이 말했다.

그리고는 출국장으로 사라졌다.

 

동생은 잠시 왔다갔다 하더니 출국장 유리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 본다.

그러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무수한 발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것만 보였다.

머뭇머뭇하다가 공항을 빠져 나와 영종도 주변을 돌아 다녔다.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을 걸치고 어둠이 짙게 깔린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가

한마디 불쑥 했다.

 

"지금쯤 이륙했겠지.  벌써 8시6분이야"

 

형이 떠난걸  확인이라도 하듯 시간을 가르킨다.

친구는 그 시간 동안 만이라도 형과 함께 공항 근처에 같이 있고 싶었던게 아닐까.

 

"공항의 이별"

나이 60 이 넘어서는 부르지 말아야 할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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