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정월대보름

甘冥堂 2007. 3. 4. 09:33

어제 열나흘날에는

 

아홉가지 나물에 밥을 아홉번 먹고, 나무를 아홉짐을 하는날

이라고 옛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저녁에는 쥐불놀이하고- 사실 쥐불놀이하는 날은 따로 있다. 쥐날에 한다.

식구들이 둘러 앉아 부럼을 깨고 잣을 까 바늘에 꼽고 불을 붙여

한해 운세를 보기도 했다.

 

이날 "복 사세요"하면서 안마당에는 마을 청년들이 복조리를 내 던지고

달아나면 그걸 곱게 모셔 부억 기둥에 걸어놓고 실타래나 북어한마리를

얹어 놓기도 했다. 마을 청년들은 부짓집에는 여러개를 좀 못한집에는 한두개를

던져놓으면 물러 달라는 법없이 그대로 값을 쳐 주었다. 어짜피 마을 일에

보태 쓸거니까.

 

보름날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어머니는 애들을 깨워 맑은술 한잔씩을 귀밝이 술이라 먹이고

당부한다. "누가 니 이름 부르면 절대 대답하지마"

대답하면 그사람 더위를 네가 먹는거란다.

장나꾼들은 일부러 동네를 쏘다니면서 이름을 불러댄다.

대답하면 "내 더위 사" 하면서 도망을 친다.

 

아침들을 먹고 나면 마을 청년들이 북 장구 꾕가리들과  농자천하지대본이라 쓴 깃발을 단

높다란 대나무 가둥을 가운데 놓고 풍물 놀이를 한다.

그 집마당에서 놀면 그집 안주인이 술상 한상을 떡 벌어지고 가지고 나와

마을 사람들을 대접하고..

 

내 어렸을때 정월 대보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늘 우리는

일곱시쯤일어나 귀밝이술 한잔 마시고 가래떡 삶은거 한개씩 먹고

아홉가지 나물에 찹쌀밥을 먹었다.

얼추 흉내는 냈다.

 

귀밝이 술 몇잔을 내리켯더니 정신이 몽롱하다.

.."저놈 귀밝이 술에 취했나보다"

해마다 새벽이면 동네 사람 이름을 고래고래 부르며 다니던 약간 덜떨어진 총각을보며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곤 했다.

 

 9가지 나물

 

 콩나물,  제주 고사리나물,  울릉도 부지깽이 나물

 

 고구마 순, 숙주나물, 무우 나물

 

 도라지, 호박 말랭이 나물,시금치 나물

 

 부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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