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눈에서 발끝까지 거리

甘冥堂 2010. 5. 2. 23:17

 

어느날 오후 무슨 생각에 잠겨서인지 발끝을 내려보며 걷다가

문득 내 눈에서 발끝까지의 거리가 무척 짧아졌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눈 아래가 바로 땅바닥 아냐?

그럼 내가 지금 땅바닥에서 다섯자도 안되는 지상에 눈이 있어

세상을 걷고 있는 셈이 아닌가?

 

땅강아지가 느끼는, 제 눈에서 땅바닥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저 목이 긴 기린은 땅바닥에서 자기 눈까지의 높이는 얼마쯤이라고 생각할까?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가뜩이나 오척단구 작은 체수가  나이 들어 더 쪼그라들었나?

 

오늘, 아내와 공원길을 걷다가

"내 키가 10 cm만 더 컷어도 세상이 바뀌었을텐데. "

이런 쓸데없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땅바닥을 바라 보며 걷다가 또 그 눈에서 발끝까지의 거리를 계산한것이다.

"그럼 나와 못 만났을거 아냐?" 집사람이 당치않다는듯 말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왜 지금 이순간에 그런 생각이 문득 드는지 모르겠다는거다.

 

세상에 많고 많은 설움 중 키 작은 설움이 제일 서럽다는데.

배 고픈 설움은 밥 먹으면 절로 없어지고, 부모 없는 설움은 세월이 약이겠고...

애인없는 설움은 하나 사귀면되고... 모든 설움은 다 해결 할 수가 있는데

오직 키 작은 설움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설움이라고 한다..

 

그러나 살면서 보니 삶에서는 키 크고, 잘나고, 공부 잘하고 ....

이 모든게 사는 것하고는 별무관계라는것이다.

이 모든 우월적이라고 믿는게 다만 열심히 사는 이에게는 못당한다는걸 안다.

내 생각만 그런가?

 

설사 못났다는게 장애가 된다 하더라도 한가지 믿는 구석은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모든것을 헤아려 '공평하게 만드셨을것' 이라는 믿음이다.

어찌 조물주가  좋은 것을 좋게만, 나쁜것은 나쁘게만 만드셨겠는가.

 

제눈에 안경이고 제멋에 사는게 인생이다.

인간의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교의 대상이 누구냐?  요즘 오르내리는 장,고가 비교 대상이냐?

부질없는 생각이다.

시간이 펑펑 남아 돌아 하릴없는사람이나 할 짓이다.

 

그런데, 뒤늦게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 왜 눈에서 발끝까지의 거리감을

느끼게 됐는지 모르겠다.

점점 더 짧게 느껴져 내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달팽이 처럼.

 

혹시 희망의 눈 높이가 낮아져서 그런게 아닌가?

희망과 황혼은 비례하는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발끝을 내려다 보고 걷는 이들이여

고개를 들고 앞사람의 뒤통수를 보고 걸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