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죽은 고목에도 봄이 오네

甘冥堂 2010. 6. 20. 09:24

일산으로 이사 온지 벌써 15~6 년이 되었읍니다.

처음 분양 받은 집에 아직껏 그대로 눌러 살고 있읍니다.

 

그때, 새로 이사 온 집이 너무 황량하여  화분을 하나 샀지요.

꼬불꼬불 꼬아가면서 올라 가는 나무인데, 그 이름은 잊었읍니다.

 

누가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잎이 무성하여 그냥 그대로,

베베 꼬였던 것이 풀어지는데도 그냥 내버려두면서

내 식구 같이

오래된 마누라 같이 그냥 그렇게 내두었던 것입니다.

 

작년까지도 무성하게 잘 자라더니 올 봄 이상기후 탓인지 그만 잎이 떨어지더니

죽어버리고 말았읍니다..

 

그래도 15년 이상이나 같이 살던 나무이기에 버리기가 아쉬워

죽어 버린 나무에도 다른 화초와 똑같이 물을 주면서

그냥 그렇게 3~4 개월이 지났읍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우연히 보니 나무 끝에서 잎사귀가 돋아 나오는 것이 보였읍니다.

아니. 죽은줄 알았던 나무에서 잎이 돋다니...

 

 

 

 

 

 

 

 

생명의 신비로움에 새삼 경탄을 금할 수가 없읍니다. 

실오리 한가닥 남아 끊어지는 생명을 소생케하다니....

 

이 나무가 죽었다고 내다 버렸다면 어찌 되었을까?

이런 환희의 순간도 못 보았을 게 아닌가?

 

 바로 이 나무입니다.

오래전 베트남 여행때 가져온 야자잎으로 만든 메뚜기와 소품을

아직까지도 목에 건채

새 생명으로 태어나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 옆은 화분들은 이렇게 무성합니다.

 

 

 가꾸지 않아도 절로 크는  나무들..

어쩌다 물 한번 주는걸로 내 의무는 다 한듯,

잘 자라 주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욕심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동강 흐르는 물 어느 때나 마를꼬?  (0) 2010.06.28
五福  (0) 2010.06.24
술 안주 해 놓고   (0) 2010.06.13
大智若愚  (0) 2010.06.06
5월 -설악산 가족 나들이  (0)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