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꽁지머리 K씨의 경우와 비교하다.

甘冥堂 2010. 9. 26. 16:25

 

근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머리를 기른  이유 말이요.

 

그가 담담하게 털어 놓는다.

수년전 텔레비젼에서 충청도 서산 지방의 어떤 사람이 부모 시묘하는것을 본 후에

편찮으신 홀 어머니를 위해 산 사람의 시묘를 3년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거야.

당시 그는 IMF로 중소 기업하던 것을 다 날리고 부인과 헤어져 자식 둘 데리고 실의에

젖어 살 때인데.

5형제를 불러 보아 놓고 합의를 하기를, K가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이 생활비를 대기로 하였다지. 

그때부터 머리와 수염을 깍지 않고 기르기 시작했다는거야.  

일체 문밖 출입도 아니하고.

 

지금은 木形인 그의 얼굴 모습에 잘 어울리게 말총 머리가 되어있다.

수염을 깨끗이 깍아 버리면 마주 멋진 사나이로 변해버린다.

 

당신은?

나는 사실 별 뚜렷한 이유가 없다.

생활이 무료해져 무언가는 변화를 한번 해보자.

이유라면 그게 이유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이유다.

 

병아리 새끼가 장닭이 되려면 그 시작은 정말 우습지도 않듯,

얼마간의 시간과 기다림이 절대로 필요한 법이다.

 

이제 겨우 8개월 여. 아직도 뒷꽁지가 여며지지않아 풀어 산발한 모습이지만

금년이 다 갈때 쯤이면 멋진 장닭은 못되어도 얼추 메추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머리 기르고 수염 기르고.... 내가 보기에도 가관인데

주위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참 마트 할머니는 '그게 뭐유. 이 더운 때, 시원하게 짤라 버리지' 하며 직설적으로 못마땅해하신다.

우리 누님들 빼 놓고 제일 시원하게 말씀 해주신 할머니. 성격도 활발하시다.

 

귀국하면 깨끗이 다 잘라 버리겠다. 하니 말리는 분도 계시다. 장 선교사 사모님이다.

'보기 좋은데 아깝게 왜 잘라 버려요?  좀 더 기르세요.'

우리 총무 학우님은 전화로 '옛날 사진이 훨씬 더 보기 좋던데..'하며 간접적인 압력도 행사한다.

 

꽁지머리도 분명한 사유가 있는 K씨 정도는 되어야 당당하지.

아무 생각없이 자기 얼굴인 金水형에 전혀 어울리지도 않게 꽁지머리를 하려하니 딱하기도 하다.

 

짤라?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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