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처 삼촌 벌초하듯 "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지 못해 설렁설렁한다는 것이겠지요.
제 조상 벌초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놈의 처삼촌 벌초야...
하물며 처 외삼촌인 경우에 있어서야 오죽 하겠습니까?.
그러나, 나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오늘 처 외삼촌의 상사에 다녀 왔습니다.
그 분, 내게는 많은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엄격하고 앗쌀하고. 그러나 마음은 한없이 깊으신 분이지요.
우리 집사람이 그 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처의 고향이 경주이니 서울에서의 생활을 외삼촌 댁에서 보내야 했지요.
젊었을 적에 어떤 아가씨를 딴지 걸어 내 하숙집에 며칠을 붇잡아 두었다가,
추석 전날에야 그 댁으로 전화를 하였지요. 내가 잘 보호(?)하고 있노라고.
온 집안이 난리가 났겠지요?
추석날 저녁 무렵
미아리 그 집 대문앞에 섰을 때의 터질듯한 긴장감.
허리띠 한번 졸라매고 거칠게 두드렸지요.
그 외삼촌이 사시던 집.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온 집안 식구들이 모인 거실에 들어서니,
야구 선수인 셋째 외삼촌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를 잡아 죽일 듯이 덤벼 들고,
셋째 외삼촌은 뜯어 말리고... 한바탕 난리를 쳤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범인이 제발로 걸어 들어와 책임지겠다고 하는 마당에,
어쩔 수 없었겠지요.
나중에, 큰 외삼촌- 오늘 돌아가신 분이 말씀 하십니다. "자네, 용기가 대단했다."
그리하여, 지금껏 우리 처와 잘 살고 있습니다.
오늘 장례식장에서 술에 취해 옛날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추억어린 얘기입니다. 고인을 추모하며 ..
"지금까지 그걸 기억하고 있나?"
세째 외삼촌이 묻습니다. 웃습니다.
모두 지난 일들이지요.
나를 알아준 처 외삼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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