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풍류객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글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는, 젊은 여인의 옷 벗는 소리와 오강에 오줌 누는 소리라 했다.
하도 오래전에 본 것이라 가물가물하다.
오늘 아침에 문득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야 요강에 소변 보는 일은 없지만, 옛날에는 거의 그랬다. 우리집 안방에도 항상 그것이 있었다.
형제들이 많은 우리집은 어떤 때는 오강이 철철 넘쳐 흐르기도하였다. 아침에 할머니가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이 오강 비우는 일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한 밤중에 요강 소리를 들으며, "아, 이건 누구다" 정도는 잠결에서도 다 알수 있었다. 그만큼 사람 마다 독특한 소리가 있었다. 할머니 누나들, 동생들. 한방에 여덟 아홉의 대 식구가 함께 자는 것은 보통이었다. 무슨 명절 같은 때에는 열 대엿명도 한 방에서 잤다. 그런 날은 자다가도 오강을 몇번씩 비워야 했다.
지금의 주거 문화는 화장실이 바로 방과 붙어 있게 마련이다. 옛날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소변후 물 내리는 소리는 다 들린다.
생각해 본다. 젊었을 때의 마누라 소변발은 폭포 소리 같기도 하고, 한밤중에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같기도 하여 그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시장 바닥의 뱀장사가 하던 말도 생각나고.. 세멘트 바닥에 구멍이 패인다는..
남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요강을 뒤엎는다던지. 술 한되 주전자를 걸어 올려도 까딱 없다던지, 소변기가 얼마 못가 금이 간다던지 하는 호기를 부리곤 했다. 오줌발로 누가누가 멀리가나 시합은 예사였고, 개미 행진을 방해하고, 담쟁이 꽃잎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때 그 호기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제는 스치듯 지나가는 여우비, 또는 초가지붕에서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다. 게다가 한참을 붇잡고 서 있어도, 회심곡 한곡이 끝나도록 나오지도 않는다. 겨우 겨우 달래며 뽑아내야 한다. 나온다 해도 찔끔 쪼로록, 쉬었다 나왔다를 한도 없이 반복한다. 듣는 이도 지루하고, 보는 이도 한심하다. 아, 그 뱀장사 어디갔나? ㅋㅋ
어제 친구들과 오랜만에 강화도에 갔다. 저녁 파장 무렵에 도착하니, 풍물시장에 손님들이 없이 한산하기만 하다. 주차장 관리인도 없고.... 밴댕이 무침에 인삼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니 배가 부르다. 주차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꽃을 피운다.
....그대도 저 달을 알고 있소?
상현에 조금 못 미치는 달이 구름속을 드나든다. 시원하다. 실로 얼마만에 느껴보는 시원함인지.
그 무덥기만 하던 여름도 이젠 저편으로 사라졌다. 내일이 처서다.
"다리에 힘 있을 때, 다니고 싶을 때 다녀. 여행도 다니고... " 그게 서로에게 하는 말이다.
벌써 그런 소리를 할 때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