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10가지 재미

甘冥堂 2014. 10. 30. 00:45

인생살이에 있어 무엇을 소중하게 할 것인가?

 

10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다.

書架 하나, 거문고 한 벌, 친구 서너 명. 신발 한 켤레. 낮잠 자는 목침 한 개. 서늘한 공기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창문 하나. 

따뜻한 햇볕을 쬘 수 있는 툇마루 하나. 차 끓이는 화로 하나. 지팡이 하나. 나귀 한 마리

군자의 재미 치고는 상당히 고상하다.

 

이글은 사제 김정국이 친구인 황 아무개에게 보낸 편지의 한 부분이다.

황아무개가 늙어서도 계속 집을 짓고 있는 등 호사스럽고 욕심 사납게 산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에게 글을 보냈다.

진정 여유롭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집을 비롯한 값비싼 물건은 아니라는 것을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도 무려 열 가지나 되는 많은 물건을 탐낸다.

그는 이 물건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늘그막을 보내는데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과연 그럴까?

 

다소 덧붙여 말한다면, 서재가 있는 조그만 별장에, 난방시설이 잘된 방에, 차를 끓일 수 있는 벽난로가 있으며, 툇마루가 있고,

남쪽으로 햇빛 들이는 창이 있으며, 가끔 찾아 주는 친구 한 명. 낮잠 잘 수 있는 작은 목침. 등산화 한 켤레,

여기에 섹스폰 하나, 아울러 조그만 자가용 한 대 정도 있으면 된다 했으니,

청빈한 것 같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갗춘 살림이자, 신선놀음이다.

하기야 옛날 양반 네들의 생활에서 보자면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다.

 

요새 돈푼이나 있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하잘 것 없는 품목들이다.

그 모두를 장만하는데 몇푼이나 들겠나? 오히려 이런 것을 낙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을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보통 사람들의 수준으로는 이것 마저도 벅찬 것이 현실이니. 뭐라 할 수 만도 없는 일이다.

 

세상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걱정도 슬픔도 아니며, 크나큰 인생의 재미도 아니다.

인생의 낙이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지란지교를 나눌 수 있는 친구 한 명 만으로도 충분하지 하니한가.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고백 - 이리 와, 따뜻하게 해 줄께   (0) 2014.11.02
디카 詩  (0) 2014.11.01
혹 詩讖이 아닐까?  (0) 2014.10.28
귓가에 이는 바람  (0) 2014.10.25
연신내 블루스 3  (0) 201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