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피와 땀과 눈물

甘冥堂 2016. 1. 25. 10:35

오래 전, 학교를 갓 졸업하고 어느 회사에 면접시험을 보는데,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고 묻습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더듬거리긴 마찬가지.

얼떨결에 '윈스턴 처칠 경입니다' 하니, 그분의 어떤 면을 존경하느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합니다. "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열정이 좋습니다.

그 회사를 몇 년 동안 잘 다녔지요.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습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 역정에 피와 땀을 흘리며 눈물 흘린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나?

땀방울이야 몇 방울 정도 흘렸겠지만, 피를 흘린다던가 눈물을 흘린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이 갖는 상징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일에 임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친구들에게 농담 삼아 '지금까지 살아 온 게 기적이다'라고 핀잔을 주곤 합니다마는,

나 역시 친구들과 똑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던 것입니다.


요즘 들어 점점 무기력해 지는 것 같습니다.

배낭여행 한 번 떠나야지 하면서도 막상 길을 나서려니 망설여지고,

新奇聖人 王陽明이란 책을 번역해야지 하면서도 몇 년째 우물쭈물 미루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조그만 황토찜질방 하나 지어야지 하면서도 그림만 그렸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미루다간 과연 그 일을 할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정도의 일에 무슨 피땀이니 눈물이니 할 게 있겠습니까?

그러나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배낭 여행, 특히 인도 북부를 여행하면서 어렴풋하나마 느꼈던 인생에 대한 어떤 경외감.

그리고 책 한 권을 짓고나서의 성취감. 몇 년에 걸친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낸 뿌듯함.

이런 것들의 연결선상에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열정은 나이에 상관없습니다.

칸트는 74세에 '순수이성비판'을 썼고, 괴테도 80세에 '파우스트'를, 그리고 베르디는 85세에 '아베마리아'를 작곡했답니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젊은시절의 혈기가 식어 의무감이나 타성에 젖은 게으름으로 퇴보 하고 있지나 않은지.

그리하여 처음의 그 열정을 점차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

무엇인가를 위해, 정말로 한 번 흘려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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