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명산에 간직할만한 책은 못되더라도
장독 덮개로 쓰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김부식이 三國史記를 다 집필한 후 임금께 올린 '진삼국사표'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도 이와 비슷한 후기를 쓴 적이 있다.
"아무도 읽지 않을 책. 거저 준다면 마지못해 받기는 하겠지만,
찌게 받침으로나 쓸는지...."
겸손과는 거리가 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그만큼 졸작임을 자인하니까.
책을 내면 제일 먼저 증정하는 분이 있다.
가만이 그분의 눈치를 살펴보면,
마지못해 받긴 받았으나, 전혀 읽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感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그 넓은 책꽂이 어디에도 내 책은 없다.
찌게 받침으로 쓰이지도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手談이나 나눌까 하여 후배 집을 방문하니
책장 한쪽에 내가 쓴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그가 말했다.
"동생도 읽어 보고, 복순이도 읽었다."
복순이는 그의 애인이다.
쑥스럽기도 하고, 쪽 팔리기도 하다. 뭐 복순이까지...
나중에 쓴 책들도 마저 갖다 줘야지.
사람 마음이란 게 매양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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