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卜算子
宋 蘇軾
缺月挂疏桐 (결월괘소동) 이지러진 달 성긴 오동나무에 걸리고
漏斷人初靜 (누단인초정) 늦은 밤 인적 끊어지니 비로소 조용하다.
誰見幽人獨往來 (수견유인독왕래) 누가 보겠나. 혼자 오가는 은둔자를
飄緲孤鴻影 (표묘고홍영) 아득히 방랑하는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
驚起却回頭 (경기각회두) 놀라 일어나 고개 돌려 바라보니
有恨無人省 (유한무인성) 돌보는 이 없어 한스럽구나
揀盡寒枝不肯棲 (간진한지불긍서) 차가운 가지 아무리 골라봐도 깃들고 싶지 않은데
寂寞沙洲冷 (적막사주랭) 적막한 모래톱은 차기만 하다.
註釋
漏斷: 물시계의 물이 이마 다 떨어진, 밤이 이미 깊었음을 형용한다.
譯文
굽어진 달이 드문드문한 오동나무 위에 걸려 있고,
물시계는 이미 물 떨어지는 소리를 내지 않아. 깊은 밤 적막하고 고요한데,
은둔하여 홀로 방황하는 나를 본 사람 누구인가?
마치 오직 자신의 형체와 그림자만이 서로 위로하는 외로운 기러기처럼,
유유히 천지간을 종잡을 수 없이 왕래한다.
그때 깜짝 놀라, 문득 고개를 돌리니,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또 마음 가득 근심과 원망이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한이 없는 것이 명백하다.
차가운 가지 아무리 골라 봐도 자유로이 깃들고 싶지 않아,
차라리 홀로 적막하고 처량한 모래톱을 방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