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過零丁洋》
文天祥
영정양을 지나며
辛苦遭逢起一經 (신고조봉기일경) 고생 중에 경전 한권을 만나 일어섰으나
干戈寥落四周星 (간과료락사주성) 전쟁으로 사 년 세월을 쓸쓸하게 보냈네.
山河破碎風飄絮 (산하파쇄풀표서) 산하는 부서져 바람에 날리는 버들솜 되고
身世浮沉雨打萍 (신세부침우타평) 신세는 부침하며 비 맞은 부평초 되었다.
惶恐灘頭說惶恐 (황공탄두설황공) 황공탄에서 두렵고 무서움을 말하고
零丁洋里嘆零丁 (영정양리탄영정) 영정양에서 영락하여 외로움을 탄식하네.
人生自古誰無死 (인생자고수무사) 인생이란 예부터 누가 죽지 않았는가
留取丹心照汗靑 (유취단심조한청) 충성된 이름을 역사책에 올려 오래 비치게 하리
註釋
遭逢 [zāoféng] :조우(遭遇)하다. 우연히 만나다. 당하다. 비슷한말: 遭遇(zāoyù)
寥落 [liáoluò] : 희소하다. 드물다. 쓸쓸하다. 썰렁하다. 적막하다.
萍 (부평초 평): 부평초(浮萍草: 개구리밥)
惶恐(황공): 지위(地位)나 위엄(威嚴)에 눌리어서 두렵고 무서움.
惶恐灘은 본래 黃公灘인 것을 음사로 적은 것이다. 灘은 강서성 만안현 경계의 贛江(공강) 중에 있다.
零丁(영정): 영락(零落)하여 외롭고 의지(依支)할 곳이 없음
零丁洋: 광둥(廣東) 성 주장(珠江) 강 어귀에 있는 여울 이름.
留取: 오래 가짐. 오래 남도록 함.
丹心: 진심. 정성스런 마음. 충심. 단심. 적심
汗靑: 진을 뺀 대나무 조각. 문서 또는 서적. 사서(史書) 또는 기록. 청사(靑史).
대나무의 진을 빼어버려 좀을 방지했음에서 하는 말임.
▶文天祥 (1236~1282)
자가 이선(履善), 송서(宋瑞)이며 호는 문산(文山)이다. 여릉(廬陵: 현 강소성(江蘇省) 길안(吉安)) 사람으로,
20세에 진사가 되어 우승상(右丞相)에까지 이르렀다.
원군(元軍)과의 협상을 위해 파견되었으나 구류를 당하였다.
얼마 뒤 도망쳐 돌아와 복건(福建)에서 군대를 조직하여 원군에 대항해서 싸웠지만,
전투 중에 포로가 되어 대도에 4년 동안 갇혀 있다가 끝내 굴복하지 않아 피살되었다. 나이 47세 때였다.
사람됨이 정의롭고 의기에 넘쳤으며, 시는 비장하고 기백이 있었다.
그의 「정기가(正氣歌)」는 고금의 명시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금릉역(金陵驛)」을 예로 든다.
(역사 따라 배우는 중국문학사, 2010. 3. 24., 다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