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욕망을 낳는다. 뭔가 부족해야 그 결핍 때문에 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나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결핍없이 살았기 때문에, 딱히 무언가를 욕망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해외에 보내달라고 떼쓰지 않아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부모가 알아서 해외연수를 보내준다.
자녀가 공부의 부족함을 느끼고 학원이나 과외를 받게 해달라 말하기도 전에,
부모가 먼저 알아보고 가장 좋은 학원에 데리고 간다.
그들은 결핍이 되기 전에 욕망이 충족된 경험을 오랬동안 해오면서 무언가를 절실히 욕망하지 않는 세대로 성장하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스로 독립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내가 뭘 하고 살지 결정을 못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고민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1
중학교 2학년.
학교수업이 끝나면 영어학원, 보습학원에서 공부하다가 9시반이 넘어야 돌아와 허겁지겁 저녁을 먹는다.
숙제하랴 과제물 챙기랴, 거의 12시가 되어 잠자리에 드니, 매일 아침 애 깨우는 게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
정규 수업이 끝나고 보충 수업. 피아노 학원, 태권도. 영어학원을 다닌다.
비단 우리 아이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그렇다.
월별 지출항목 중 1위가 학원비다.
'그렇게 할 것 까지 뭐 있나?'
'아이들이 원하는 것만 공부하도록 하게 해라' 그리 타일러도 막무가내다.
젊은 애기엄마들이 늙은이의 말을 듣겠나?
저러다가 이 다음에 사회생활도, 결혼 생활도 부모 마음대로 결정하고 참견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지나친 간섭이 계속되다보면, 그야말로 결정장애가 생길 수도 있겠다.
결정장애. 소위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서 고통스러워하는 심리상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주인공처럼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사람들이 사회현상이라 불릴만큼 만연해 있다.
한편 독일에서는 메이비(Maybe)세대란 표현이 쓰이고 있다 한다.
이 말은 글로벌 담배 회사인 말보로가 2011년 내세웠던 광고 문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말보로의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메이비 족이 되지 마세요, 말보로 족이 되세요(Don’t be a Maybe, Be Malboro).”
원래 Maybe라는 단어는 남자가 써서는 안되는 말이다. 남자답게 살아라 라는 의미였지만,
요즘 세대는 너무 많은 선택지 중에 뭘 골라야 할지 몰라서 'Maybe'를 연발하고 있다.
아무 것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없는 세대.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방향 없이 갈팡질팡하는 세대.
정보의 양, 빠르기. 간편함. SNS의 등장으로 크게 늘어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를 단칼에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가정교육, 인성교육으로 이런 현상을 점차 누그려뜨려야 할 책임이 우리 기성세대에 있지 않을까?
- 중앙일보 정재승 칼럼; 결정장애를 부추기는 사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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