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하이쿠-잇사. 바쇼. 부손

甘冥堂 2018. 7. 9. 14:36

1. 인생 고해(人生 苦海)의 해학(諧謔),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

 

하이쿠는 우리 나라의 시조처럼 일본의 전통적인 시가 양식으로 5-7-5의 석줄에 17자로 짤막하게 시를 짓는 독특한 표현 방식이다.

일본인들은 이 하이쿠를 매우 좋아하여 해마다 전국의 곳곳에서 하이쿠 경연대회를 열면서까지 생활에 가깝게 즐긴다고 한다.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1763~1827)는 일생이 슬픔과 괴로움으로 가득차 그가 노래한 하이쿠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인생의 우수를 해학으로 노래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3세에 어머니를 잃고 15세에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로 떠돌며 하이쿠를 배워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노래하였다.

 

잇사는 뒤늦게 고향으로 돌아와 52세에 결혼하였으나 31녀의 자식들이 모두 일찍 죽고 아내마저 잃는 참담함을 겪으며

자신도 중풍에 걸려 고생하다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50이 넘어 늦으막하게 얻은 첫딸을 잃고 쓴 하이쿠


눈 흩날리네/ 농담도 하지 않는/ 시나노 하늘

그 망연자실한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잇사는 이처럼 인생의 역경을 거듭 겪으면서 자신만의 주관을 확립하여 일상의 속어나 방언을 사용하여

서민적인 정서를 노래하는 하이쿠를 많이 지었다.


당시의 하이쿠가 생활과 유리되어 멋과 여유를 부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잇사는 이와 달리 생활을 바탕으로 한 소박하고 사실적인 하이쿠를 지었던 것이다.

 

때 낀 손톱/ 냉이풀 앞에서도/ 부끄러워라

모 심는 여자/ 자식 우는 쪽으로/ 모가 굽는다

방귀 시합이/ 또 시작되는구나/ 겨울 농한기

백정의 마을도/ 밤에는 아름다운/ 다듬이 소리

여윈 정강이/ 부둥켜 안고 있네/ 오동잎 하나

풀벌레 운다/ 어제는 못 보았던/ 바람벽 구멍

봄비로구나/ 돈 뜯긴 창을 향해/ 거세게 치네

꽃 구경 하는데도/ 돈을 내야 하는/ 세상이구나

꽃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 아무도 없네.

겨울바람이여/ 맨땅에서 날 저무는/ 거리의 광대

이것이 결국/ 내가 살 집이더냐/ ()이 다섯 자

 

잇사는 가난한 농촌 생활에서 가축이나 벌레들과 함께 지내면서

이들을 소재로 하여 익살스러운 비유를 들어 고달픈 인생살이를 노래했다.

잇사가 벌레들을 비유하여 지은 하이쿠는 그만이 지닌 아주 독특하고 빼어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애송되고 있다.

 

고향에는/ 부처 얼굴을 한/ 달팽이들

이슬방울/ 함부로 밟지 마라/ 귀뚜라미여

사람도 하나/ 파리도 하나/ 넓은 사랑방

고아인 나는/ 빛나지도 못하는/ 반딧불이

가을 바람에/ 걸어서 도망가는/ 반딧불이여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국도/ 예뻤다네

내가 죽으면/ 무덤을 지켜 주게/ 귀뚜라미여

달팽이/ 천천히 올라라/ 후지산

 

특히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 줘/ 귀뚜라미

라는 하이쿠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귀뚜라미와 농가의 좁은 방에서 같이 지내는 정경을 아주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시골집에서 지내다보면 귀뚜라미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방으로 잘 들어와 있어 같이 잠을 잘 때가 종종 있는데

그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잇사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마음이 하잖은 벌레에까지 넓혀지면서

비유는 더욱 생생하고 깊어지게 된다.

특히 생명을 중시하는 불교를 신봉하면서도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모순적인 세태를 익살스럽지만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루 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인다

벼룩을 죽이며/ 입으로는 말하네/ 나무아미타불

파리 죽이고/ 오늘도 들었단다/ 산속 종소리

파리채로/ 매를 맞고 계시는/ 부처님이시여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마라/ 그도 아이가 있다

 

잇사는 평생을 농사짓는 가난한 농민으로서 약자의 삶을 살았길래 연민의 마음이 미약한 동물에까지 확대되어

자신과 하나로 일치시키고 있다.

그냥 쉽게 보고 지나칠 개구리, 올빼미, 파리, 참새, 닭 등 많은 동물에게까지 연민하는 마음이 열려 따뜻한 시선을 쏟게 된 것이다.

 

야윈 개구리야/ 지지마라 잇사가/ 여기에 있다.

올빼미여/ 얼굴 좀 펴게나/ 봄비가 아닌가

때리지 말라/ 파리가 손 비비고/ 발을 비빈다.

이 세상은/ 나비조차 먹고 살기/ 바쁘구나

참새 새끼야/ 얼른 거기 비켜라/ 말이 지나간다

쌀 주는 것도/ 죄짓는 일이구나/ 싸우는 닭들

날뛰는 벼룩/ 내 손에 걸려들어/ 부처 되어라

 

잇사는 이처럼 죽음과 괴로움이 점철된 고통스러운 생애를 살면서 인생의 슬픔을 해학으로 승화시키면서

진솔하고 아름다운 하이쿠를 많이 남겼던 것이다.

어머니를 여위고 자식을 다 잃고 아내마저 떠나가고 집은 불타고 자신은 병마로 생을 마쳐야 했던 참으로 괴로웠던 일생이었지만

그의 불굴의 예술혼은 아름답고 빼어난 하이쿠로 살아났던 것이다.

 

이슬의 세상/ 이슬 속에서도/ 다툼이 있네

덧없는 세상은/ 덧없는 세상이건만/ 그렇지만은

밤에 핀 벚꽃/ 오늘 또한 옛날이/ 되어버렸네.

신기하구나/ 벚꽃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죽은 엄마여/ 바다를 볼 때마다/ 볼 때마다

봄은 오는데/ 마흔세 해 동안을/ 남의 밥이라

달과 꽃이여/ 마흔아홉 해 동안/ 헛걸음이라

극락세계에/ 가지 않은 축복/ 올해의 술

힘들구나/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가을 해질녘

 

 

잇사는 병마로 고통받으며 6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짤막하게 노래하는 마지막 하이쿠를 남겼다고 한다.

 

태어나서 목욕하고/ 죽어서 목욕하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라고 인생의 회한을 되내이며 떠나가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중생(衆生)의 덧없는 삶이 가슴에 사무친다.

 


  


고바야시 잇사는 일찍부터 유랑길에 올라 고생을 하면서 하이쿠를 익혀 생활속의 방언들을 잘 섞어 신선하고 익살스러운 하이쿠를 지었다.

잇사는 자신의 어려운 체험을 통해 주관을 갖게 되어 세속적인 멋에 흐르지 않고 일상의 소재들을 독특하게 활용해

인간미가 풍부한 하이쿠를 노래했다.

 

사람도 하나/ 파리도 하나/ 넓은 사랑방

쌀 주는 것도/ 죄짓는 일이구나/ 싸우는 닭들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 줘/ 귀뚜라미

이슬의 세상/ 이슬 속에서도/ 다툼이 있네

    






2. 바쇼의 하이쿠

바쇼(1644-1694)는 일본의 전통 시가(詩歌)인 하이쿠 시인으로 한 해를 보내는 감회를 읊으며 이 시를 쓰게 된 경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여기 저기 정처없이 떠돌다 보니 어느새 한 해도 저물고 말았네.

사람들은 새해를 맞느라 정신없이 바쁜데 이 몸은 삿갓 쓰고 짚신을 신은 채로 설을 맞게 되는구나. 계절어는 세모(歲暮)’

 

해와 달은 영원한 여행객이고 오고 가는 해 또한 나그네이다.

---어느 해부터인가 나도 조각 구름을 몰아가는 바람결에 이끌려 방랑하고픈 생각이 끊이지 않아 저 변방의 해변을 정처없이 거닐다가

---봄안개 자욱할 시라카와 관문을 넘어 저 아득한 동북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고픈 바람으로 마치 소조로 신이 들린 듯 마음이 뒤숭숭하던 차에

---여행용 바지의 헤진 곳을 깊고 삿갓끈을 새로 달고

---마음은 어느새 아름다운 마츠시마 섬의 보름달에 있는 듯하다.’

 

(출처-바쇼의 하이쿠 기행 1, 김정례 역주, 바다출판사)


 

흰눈이 펑펑/ 마음속 눈도 분분/ 울고 싶어라

한 해 저무네 머리에는 삿갓 쓰고 짚신을 신으면서

 

가는 봄이여/ 새 울고 물고기의/ 눈에는 눈물

여름 풀이여/ 무사들의 공명을/ 꿈꾸던 자취

벼룩과 이/ 말이 오줌 누는/ 방랑길 숙소

조용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울음 소리

한 지붕 아래/ 유녀 함께 잤다네/ 싸리꽃과 달님

이별의 하이쿠/ 부채에 써 찢어 버리는/ 아쉬움이런가

대합 조개가/ 두 몸으로 헤어져/ 가는 가을이어라

 

종소리 스러져/ 벚꽃 향기 울리는/ 저녁이어라

해묵은 연못이여/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소쩍새 울음/ 왕대 숲을 새어 드는/ 보름달 밤

바다 저물어/ 저 멀리 물새 소리/ 어렴풋이 하얗네

 

그의 마지막 작품

여행길에 병드니 꿈은 저 황야를 헤매고 다니네

 

    

 

3.부손

화가인 특성도 살려 회화적인 이미지를 곁들여 인생과 자연을 아름답게 하이쿠로 노래하여

바쇼와 함께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하이쿠 시인으로 평가받았다.

 

아름다워라/ 태풍이 휩쓴 뒤의/ 빨간 고추여.

하얀 이슬이여/ 감자밭에 앉은/ 은하수.

유채꽃이여/ 달은 동쪽에/ 해는 서쪽에.

흰 매화 향에/ 하얗게 날이 새는/ 밤이 오누나 1

 

 


 


 

이하 후배가 보내준 글입니다.

  

한해 저무네. 머리에는 삿갓 쓰고 짚신을 신으면서

여행길에 병드니 꿈은 저 황야를 헤매고 다니네.

파초 태풍에 날리고 대야의 빗방울 소리를 듣는 밤이로다.

(하나)보다도 코(하나)에 있었구나. 벚꽃 향기는

 

들판의 해골로 딍구리라. 마음에 찬바람  살 에이는 몸이로다.

 

잔나비 울음 듣는 이여, 버려진 아이에게 가을 바람 부네.

 

어떤가 죽지도 않은 나그네  길의 끝이여  가을 저물녘

 

이번 가을에는 왜 이리 늙는 것일까. 구름속의 새

이 길이여. 가는 사람도 없이 가을 저무네.

 

오랜 못이여 개구리 뛰어들어 물 치는 소리

한적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소리

말을 하려니 입술이 시리구나 가을 찬바람

재 속 화롯불 사그라드네 끓는 소리.


  1. 인생 고해(人生 苦海)의 해학(諧謔),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 [출처] 인생 고해(人生 苦海)의 해학(諧謔),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작성자 적선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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