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Sarria 사리아

甘冥堂 2018. 9. 16. 21:00

 

 

 

 

 

 

걷기 27일째. 18.5km

 

완전 기합이 빠진 상태다.

7시가 넘어 기상하기는 처음이다.

 

San Xil 마을까지가 좀 힘들었지만, 이후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다

 

오늘은 안개가 잔뜩 끼었다. 이슬비 내리듯 짙은 안개다.

반면 주변 경치는 운치가 있었다.

 

방목하는 소떼들의 음메~ 울음소리.

목에 건 방울소리가 목축으로 생계를 삼는 농촌의 정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그만 마을의 도로는 소똥으로 덮혀 있고 분뇨냄새가 진동한다.

삶의 현장이다.

 

앞선 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웅얼웅얼 뒤에 따라오는 이 아무 소리가 없다.

또 다시 외톨이가 되어 지팡이 소리를 벗삼는다.

 

산티아고 표지석.

무심코 화살표시만 주시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산티아고까지 남은거리가 m단위로 적혀있다.

친절하기도 하다.

 

오늘 묵는 Sarria는 큰 도시다.

여기서부터 산티아고까지 남은거리가 115km.

순례길을 걸었다는 증명서를 받으려면 100km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얻기 위해 이곳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을 위한 알베르게도 엄청 많다. 가격도 비싸고.

도대체 그 증명서를 받아 무엇에 쓰려는지 모르겠다.

 

사진은 사리아 거의 끝부분에 있는 알베르게.

이상하게도 한국인들이 많다.

 

고1 딸을 데리고 온 부부가 점심을 직접 지어서 같이 먹었다.

8월16일 서울을 떠난지 한 달만에 먹어보는 우리 음식이다.

쌀밥에 버섯과 쇠고기, 토마토를 곁들이니 이런 성찬이 따로 없다.

 

안개 짙은 길을 천천히 걸으니 여유가 있어서 좋다.

앞 사람 뒷꿈치만 보며 허겁지겁 걸어야했던 지난 20여 날들이 조금은 아쉽다.

산티아고까지 남은 닷새 동안만이라도

계속 천천히 20km정도만 걸을 것이다.

 

가다가 못가면 쉬었다 가지.

독도야 간밤에 잘 있느냐...ㅎ

 

 

취중에.

오늘 찍은 사진을 보니 수염이 허옇다.

 

白髮三千丈 흰 머리칼의 길이 삼천 장

緣愁似箇長 수심과 함께 이렇게 길어졌구나.

不知明鏡裏 알 수 없어라, 밝은 거울 속

何處得秋霜 어디서 이런 서리가 내렸는가

 

몸은 비록 고국을 떠나있어도,

들리느니 골치아프고 신경거슬리는 소식이다.

내 무슨 애국자라고...

 

에라 모르겠다. 한 잔 더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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