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Paras de Rei

甘冥堂 2018. 9. 18. 22:17

 

 

 

 

걷기 29일째. 25km

남은 거리 68km

 

오늘은 일부러 까미노 안내표시석의 km숫자를 보며 걸었다.

나름 심심치도 않고 시간도 잘 가는 것같다.

 

길가의 묘지가 특이하다.

마을 입구나 마을 한가운데는 물론, 가정집 담과 지붕이 이어져 있는 공동묘지도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예를들어 '벽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화장터를 연상하는데...

이 나라 문화는 전혀 다르다.

 

까미노 길가에 묻힌 수많은 순례객들의 무덤(십자가)을 보며,

어떤 이는 돌을 얹어 조의를 표하고

어떤 이는 묵념을 하는 등 사뭇 경건한 자세를 취한다.

 

고인은 무슨 사연이 있어 이 멀고 외진길을 걷다가 이곳에 쓰러졌나?

돌봐주는 사람은 있나?

새 무덤의 사진은 아직도 웃으며 변색되지 않았지만,

세월의 더케가 앉은 저 무덤은 금방이라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듯 썩고 허물어졌다.

 

모두 다 부질없는 짓이다.

사람마다 야고보 성인의 길을 따라 무언가를 남기려 하지만,

제 한몸 죽고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이런 맹탕같은 생각으로 정신없이 걷다가 그만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뻔 했다.

'주접 떨지 말고, 지금 가는 네 앞길이나 제대로 가!'

함부로 삶이니 죽음이니 떠벌리지 말라는 경고다.

 

천도무친 (天道無親)이라, 하늘은 모든 이들과 친하지 않다 하였다.

좋은 일 많이 하고 인간의 도리를 지키면 된다.

공자도 말씀하셨다.

삶도 아직 다 모르는데 하물며 죽음을 어찌 알랴?

 

삼가해야할 것 중

잠든 자의 얼굴, 우는 모습, 그리고 사자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

사라졌거나 혹 영원히 사라질 것같은 영혼이 좋아할 턱이 있겠나?

 

축사의 소들이 아침 여물을 먹고있다.

어느 정원의 개미 조형물과

탐스러움을 넘는 엄청 큰 수국.

 

오늘의 숙소 Xunta 알베르게의 모습.

어제도 같은 이름의 알베르게에 묵었다.

 

Xunta는 지역정부라는 말이다.

€6로 저렴할뿐 아니라 중심가에 있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는 비록 안 되지만 앞집 Bar를 이용하면 된다. 요령만 늘었다.

 

저녁은 3가족 여행자와 함께 포도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분들에게 대접만 받아 미안하다.

내일 먹으라고 감자도 삶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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