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꽃을보듯 너를 본다

甘冥堂 2019. 11. 11. 15:12

나태주 시모음꽃을보듯 너를 본다수록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세상에 나와 나는>

 

세상에 나와 나는

아무것도 내 몫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푸른 하늘빛 한쪽

바람 한 줌

노을 한 자락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굴러가는 나뭇잎새

하나

 

세상에 나와 나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직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꼭 사랑하는사람이있었다면

단 한 사람

눈이 맑은 그 사람

 

가슴속에 맑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

 

더 욕심을 부린다면

늙어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게

만나고 싶은 한 사람

그대.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개양귀비>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눈 위에 쓴다>

 

눈 위에 쓴다

사랑한다 너를

그래서 나 쉽게

지구라는 아름다운 병

떠나지 못한다.

 

 

 

 

<그리움>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 두 여자

 

한 여자로부터

버림받는 순간

나는 시인이 되었고

한 여자로부터

용납되는 순간

나는 남편이 되었다.

 

 

♣ 여자

 

여자라는 나무를

가슴 안에 숨겨서

키우는 날부터

남자는

몸이 야위어간다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자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는 목숨이 된다.

 

 

♣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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