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모음<꽃을보듯 너를 본다>수록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세상에 나와 나는>
세상에 나와 나는
아무것도 내 몫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푸른 하늘빛 한쪽
바람 한 줌
노을 한 자락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굴러가는 나뭇잎새
하나
세상에 나와 나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직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꼭 사랑하는사람이있었다면
단 한 사람
눈이 맑은 그 사람
가슴속에 맑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
더 욕심을 부린다면
늙어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게
만나고 싶은 한 사람
그대.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개양귀비>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눈 위에 쓴다>
눈 위에 쓴다
사랑한다 너를
그래서 나 쉽게
지구라는 아름다운 병
떠나지 못한다.
<그리움>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 두 여자
한 여자로부터
버림받는 순간
나는 시인이 되었고
한 여자로부터
용납되는 순간
나는 남편이 되었다.
♣ 여자
여자라는 나무를
가슴 안에 숨겨서
키우는 날부터
남자는
몸이 야위어간다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자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는 목숨이 된다.
♣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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