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 「추수(秋水)」 11편
夔憐蚿, 외발 짐승 기(夔)는 노래기[蚿:현]를 부러워하고,
蚿憐蛇, 노래기는 뱀을 부러워하고,
蛇憐風,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風憐目, 바람은 눈[目]을 부러워하고,
目憐心. 눈은 마음[心]을 부러워한다.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기(夔)는 다리가 많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지네[蚿]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지네는 발이 많은데도 발이 없는 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뱀을 부러워한다.
그런 뱀도 형체도 없이 휙휙 소리만 내며 순식간에 북쪽 바다에서 남쪽 바다까지 날아가는 바람을 부러워한다.
기, 지네, 뱀, 바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바람은 움직이지 않고도 널리 자유롭게 살펴보는 눈[目]을 부러워하고,
눈은 가만히 있으면서도 형체가 없는 것까지 알 수 있는 마음[心]을 부러워한다.
뱀이 바람에게 물었다. "나는 내 등이나 겨드랑이를 움직여서 가니까 발이 있는 거나 같다네.
헌데 지금 자네는 휙휙 울리며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들어가고 있는데
마치 아무것도(발) 없는 것 같으니 대체 어째서인가?"
바람이 대답했다. "그래 나는 휙휙 울리면서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들어가고 있네.
그러나 내게 손가락을 세우는 자가 있으면 나는 그 손가락을 이기지 못하고
내게 발길질을 하면 역시 나는 이기지 못한다네.
하지만 저 큰 나무를 꺾고 큰집을 날려버리는 것은 다만 나만이 할 수 있는 거라네.
갖가지 작은 일에는 이기지 않는 편이 크게 이기는 것일세.
이 큰 승리는 거두는 일은 다만 성인만이 가능하다네."
자연으로부터 받은 天分은 바꿀 수 없으며 각기 자기의 천분에 安居해야하고
결코 人知로 이를 말하면 안 된다.
이것이 자연에 맡긴 채 만물에 순응하는 성인의 道이다.
과연 장자 특유의 우화를 빌려 人知의 덧없음을 교묘하게 나타낸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