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天分에 安居해야

甘冥堂 2019. 12. 7. 12:26

장자(莊子), 추수(秋水)」 11편


夔憐蚿, 외발 짐승 기()는 노래기[:]를 부러워하고,

蚿憐蛇, 노래기는 뱀을 부러워하고,

蛇憐風,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風憐目, 바람은 눈[]을 부러워하고,

目憐心. 눈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기()는 다리가 많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지네[]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지네는 발이 많은데도 발이 없는 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뱀을 부러워한다.

그런 뱀도 형체도 없이 휙휙 소리만 내며 순식간에 북쪽 바다에서 남쪽 바다까지 날아가는 바람을 부러워한다.


, 지네, , 바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바람은 움직이지 않고도 널리 자유롭게 살펴보는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가만히 있으면서도 형체가 없는 것까지 알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한다.



뱀이 바람에게 물었다. "나는 내 등이나 겨드랑이를 움직여서 가니까 발이 있는 거나 같다네.

헌데 지금 자네는 휙휙 울리며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들어가고 있는데

마치 아무것도(발) 없는 것 같으니 대체 어째서인가?"



바람이 대답했다. "그래 나는 휙휙 울리면서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들어가고 있네.

그러나 내게 손가락을 세우는 자가 있으면 나는 그 손가락을 이기지 못하고

내게 발길질을 하면 역시 나는 이기지 못한다네.

하지만 저 큰 나무를 꺾고 큰집을 날려버리는 것은 다만 나만이 할 수 있는 거라네.

갖가지 작은 일에는 이기지 않는 편이 크게 이기는 것일세.

이 큰 승리는 거두는 일은 다만 성인만이 가능하다네."



자연으로부터 받은 天分은 바꿀 수 없으며 각기 자기의 천분에 安居해야하고

결코 人知로 이를 말하면 안 된다.

이것이 자연에 맡긴 채 만물에 순응하는 성인의 道이다.

과연 장자 특유의 우화를 빌려 人知의 덧없음을 교묘하게 나타낸 명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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