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면…100억 뉴욕빌라 100만원 어치 쪼개 산다
제2의 인터넷 시대
‘신뢰를 만드는 기계(Trust Machine)-’.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블록체인을 소개한 표현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서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 중립·중앙화된 조직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신뢰를 형성했다.
돈 문제는 은행을 만들어 거래하고 있으며,
상호 간의 계약도 믿을 수 없어서 공증 기관을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중앙화된 기관 없이도 신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사항은 참여하는 컴퓨터들이 똑같이 분산 소유한다.
특정 참여자가 데이터를 위·변조하더라도, 다수의 네트워크 참여자가 가진
데이터와 비교해 다르면 거짓 정보로 손쉽게 판단되는 구조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블록체인에는 이를 넘어선 기술도 있다.
서로 간의 계약을 프로그램 코드 형태로 저장했다가, 조건을 충족하면 실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기술이다.
예를 들어 내일 축구 한·일전이 열린다고 하자.
한국이 이기면 갑이 을에게 1만원을 주기로 내기를 했다.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로 블록체인에 저장하면,
다음날 한국이 이겼을 때 상호 합의한 계약에 따라 1만원이 을에게 자동 이체된다.
작은 예이기는 하나, 이런 스마트 컨트랙트가 전반적으로 잘 시행되고
정착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계약들을 이행하지 않아 소송을 걸고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블록체인을 통해서는 이렇게 돈과 규칙과 신뢰가 흐른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가치의 인터넷(internet of value)’이라 부른다.
블록체인 덕에 가치 있는 것을 중간자 없이 직접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송금은 물론 무역·통관도 더 빠르고 싸게 할 수 있고,
개인 간에 에너지를 사고파는 것 역시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
최근에는 금·부동산·골동품·예술품 등 자산 거래에서 디지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물 세계에서 부동산·예술품 등의 거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신뢰가 문제다. 중간에 아무도 끼지 않는 개인 간 거래라면,
부동산이 몰래 저당 잡히지는 않았는지,
예술품은 혹시 가짜가 아닌지 믿을 수 있겠는가.
자연히 중개인이 끼어들었고 수수료도 만만치 않게 됐다.
거래 속도 또한 매우 느리다. 불편한 점투성이여서 유동성이 매우 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이 디지털·블록체인을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100억원 짜리 최고급 빌라를
‘비트코인’ 비슷한 100만원 단위 ‘빌라코인(가칭)’ 1만 개로 쪼갤 수 있다.
100억원 가치의 기업이 주식 1만장을 발행해 거래하는 것과 비슷하다.
‘빌라코인’에는 여기에 ‘신뢰를 만드는 기계’인 블록체인이 결합됐다.
이렇게 하면 소액투자자도 쉽게 최고급 빌라의 공동 소유주가 될 수 있고,
거래는 중개자 없이도 빠르게 진행된다.
부동산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접근이 힘들었던 미술품이나 영화 판권 등에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국제무역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으로 인한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치고 있다.
114년 역사의 세계적인 해운회사 머스크는 IBM과 협업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물류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물류 체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냉장 제품 하나를 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컨테이너선에 실어 보내는 데는
약 30명의 인원과 200번 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한다.
식품은 안전에 관련한 것이어서 무역 절차 하나하나마다 까다로운 확인 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한 달 이상 걸린다. 이 역시 블록체인이 해결의 열쇠다.
블록체인 기반의 국제무역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면,
모든 관계자가 실시간으로 물류·운송·무역 관련 서류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200번 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없게 된다.
[출처: 중앙일보] [박수용의 미래를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