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제 돌아가야지

甘冥堂 2022. 4. 19. 22:14
물오른 나무들은 꽃망울 부풀리고
샘은 퐁퐁 솟아 넘쳐 흐른다
만물은 때를 얻어 즐거운데
갈수록 나의 생은 저무는구나.

아서라!
얼마나 이 세상에 살아 있으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어찌 가고 머뭄을 마음에 맡겨
자연에 따르려 하지 않으랴
무엇 때문에 허겁지겁하다가
어딜 그렇게 서둘러 가려는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신선의 나라는 바랄 수도 없는 것
날이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외출하고
때로는 지팡이 세워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언덕에 올라 노래 부르고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를 짓는다
사는 동안 자연의 조화를 따르다
마침내 돌아가면 되는 것이니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지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도연명의 '귀거래사' 마지막 부분이다.


무엇 때문에 허겁지겁,
어딜 그렇게 달려 가는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리 바쁜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것 아니고,
신선의 나라는 감히 바랄 수도 없는 것.
좋은 시절은 알아서 이미 혼자서 가버렸네.

삶이란
사는 동안 자연의 조화를 따르다가
마침내 돌아가면 되는 것.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지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그 심정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아직도 욕심이 남아
이곳 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내 모습이
노욕, 노추일지도 모른다.
이제 내려놔야지.

신선은 아닐지라도 본래 원했던
처사의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북한산 처사의 '귀거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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