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先景後事

甘冥堂 2022. 11. 25. 22:09


선경후사(先景後事)
- 경치를 내세운 뒤 일은 뒤로, 한시의 전개 방식

공적인 일을 먼저, 사사로운 일은 뒤로 미룬다는
先公後私(선공후사)와 독음으로 헷갈리지만 뜻은 물론 완전 다르다.
경치를 먼저(先景), 일이나 감정은 뒤로(後事) 한다는 이 말은
漢詩(한시)를 창작할 때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이라 한다.

먼저 앞부분에는 자연 또는 사물을 묘사하고 나서
그것을 보고 느낀 시인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뒷부분에 서술하는 방식이다.

고대 중국의 詩經은 前漢(전한)의 毛亨(모형)이 주석한 것이 전해져

‘毛詩(모시)’라고도 하는데 서문에 시론이 나온다.
그 시론에 시의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있다.

‘시란 뜻이 가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으면 뜻이라 하고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

詩者 志之所之也 (시자 지지소지야)
在心爲志 (재심위지)
發言爲詩 (발언위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것이 시의 출발점이란 말이다.

또 시경에는 형식적 분류와 표현방법으로 六義(육의)가 있다고 하면서
첫째는 風(풍), 둘째는 賦(부), 셋째는 比(비), 넷째는 興(흥), 다섯째는 雅(아),

여섯째가 頌(송)인데
먼저 자연이나 사물을 묘사하는 방식은 넷째의 흥에 해당된다고 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시로 杜甫의 시 ‘絶句(절구)’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
가장 짧은 네 구절로 이뤄진 시가 절구인데 그것으로 제목을 삼았다.

江碧鳥逾白 (강벽조유백)
강물이 푸르니 새 더욱 희게 보이고
山靑花欲然 (산청화욕연)
산이 푸르니 꽃은 불타는 듯하구나
今春看又過 (금춘간우과)
올 봄도 벌써 지나가고 있으니
何日是歸年 (하일시귀년).
어느 해에나 고향에 돌아갈꼬

逾는 넘을 유, 然은 불탈 燃(연)의 본자.

2개 구는 시인이 바라본 봄의 경관을 색을 대비하여 아름답게 묘사하고
그 뒤로 고향에 갈 수 없는 애절한 마음을 서술했다.

한시가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자기의 의도를 제시하지 않고,
독자의 정서를 자극한 뒤 차츰 주제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문인이 지녀야 할 태도로 본 것이다.
이것이 풍자의 정신이고 훌륭한 문학이라고 이어져 왔다.

같은 뜻의 성어로
先景後敍(선경후서),
先景後情(선경후정)도 있다.

제공 : 안병화(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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