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行雲流水

甘冥堂 2023. 2. 4. 11:41

행운유수(行雲流水)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일정한 본질이 없이 각양각색으로 변화함.
나아가서는 '조금도 집착함이 없이 사물에 호응하여 행동함.
속세에서 떠나 초연한 심경(心境)에 있음.
일의 처리에 막힘이 없거나 마음씨가 시원시원함 등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속세에서 떠나 초연한 심경(心境)에 있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이 성어는 소동파(蘇東坡)로 더 잘 알려진 소식(蘇軾)의 <답사민사서(答謝民師書)>에 있는
‘행운유수 초무정질(行雲流水 初無定質)’에서 비롯된 말이며
행각승(行脚僧)을 운수(雲水)라고 일컫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答謝民師書 / 蘇軾

大略如行雲流水 初無定質 (대략여행운유수 초무정질)
(그대의 글은) 대략 구름이 가고 물이 흐르는 것처럼, 처음부터 정해진 모양은 없으나.

但常行於所當行, 常止於所不可不止 (단상행어소당행, 상지어소불가불지)
항상 마땅히 가야할 곳에 가고, 그치지 않으면 안 될 곳에서 항상 그친다.

文理自然, 恣熊橫生.(문리자연 자웅횡생)
문장의 이치가 자연스러우니, 그 자태가 저절로 나는구나.



누구도 바다의 고향을 묻지 않는다.
바다의 고향은 강이었고 개천이었고 계곡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바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황지우 시인은 말했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돌아보면 누구나 자신의 ‘지나온 길’이 보이지만,
앞을 보고 걸을 때 ‘가야했던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정처 없는 길이었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
오직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일 뿐이다.
방법은 언제나 내 안에서 찾아야만 한다.
비록 경로를 이탈한 변방의 아웃사이더에 불과 할지라도 무의미한 인생이란 없다.

세상의 ‘경로’란 것도 세속이 만들어 낸 관습과 문화일 뿐,
모든 인생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고정불변의 정언명령은 아니다.

모든 꽃이 반드시 봄에 피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며 심지어는 겨울이 돼서야 피는 꽃도 있다.

사과나무와 떡갈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다르듯,
저마다 인생의 봄은 이렇게 서로 다른 법이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
어차피 세월은 흘러갔고 구름은 소멸할 뿐이다.
바다에게 고향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새는 날면서 뒤돌아보지 않는 것처럼,
나그네는 갈 길이 남아 있을 때 행복한 법이다.

가지 않은 길이란 갈 수 없었던 길이 아니라, 가기가 두려워 회피한 길이다.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후회는 쉬운 길을 선택했던 자의 넋두리에 불과하다.

가지 못한 길을 뒤돌아보는 자보다,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자의 뒷모습이 더 아름답다.
그것이 길을 ‘아는 자’와 ‘걷는 자’의 차이이다.

누구나 인생을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롭게 살고 싶지만,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삶이 훨씬 더 아름답다.
어쩌면 행복이란 목적지에 있지 않고 목적지를 가는 여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여정의 한 길목에 서 있다.

루쉰이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도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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