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모임에서 회식비를 지불하면서
"다음번에도 내가 낼 게. 지하철 3호선 지축역으로 와!"
동창 5명이 모였다. "육회 or 아구찜?"
한 친구가 날고기를 안 먹는다 하여 아구찜으로 정했다.
지축동에서 삼하리로 넘어가는 길목에 오래된 아구찜 전문점이 있다.
'특대' 를 시켰으나 반도 못 먹고 남겼다.
"이제 꼰대가 되니 먹는 시늉만 하는구먼!"
한 친구가 아까운 듯 투덜댔다.
친구들에게 내 고향집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오래된 옛집- 지금은 비어 있다-에 들러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작년까지만 해도 페인트 사업을 하던 친구가 말했다.
"이거 고치려면 많은 비용이 들 텐데. 아예 헐어버리고 다시 지어라."
의정부 북쪽에 사는 풍수지리에 밝은 친구는
"그냥 고쳐서 쓰는 게 낫겠다. 여기서 나고 자라 이 나이 되도록 살았는데
풍수적으로도 이만하면 좋은 곳이다."
홍대 앞에 사는 친구는 새로 지으라고 하고
과묵한 다른 친구는 "수리하는 것과 신축하는 것의 경제성을 잘 생각해 봐."
따뜻한 화롯불 곁에서 노닥거리다가
다시 지축역으로 왔다.
'나혼산'이 어찌 사나 궁금하다길래 집구경을 시켜주고
"아예 저녁 먹고 가라. 이 시간에 저녁도 안 먹고 들어가면 마나님이 화내신다."
'모둠순대'에 소맥을 곁들여 저녁까지 해결하고 헤어졌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전화가 왔다.
"암만 생각해도 그 집, 그냥 고쳐서 사는 게 낫겠다. 괜히 헐어버리지 말고..."
의정부에 사는 '풍수' 친구였다.
그 시간까지 그 생각만 한 것 같았다.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