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별 헤는 밤

甘冥堂 2024. 5. 10. 05:09

별 헤는 밤- 윤동주(1917~1945, 북간도 명동촌)

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來日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靑春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과
별 하나에 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小學校 때 冊床을 같이 햇든 아이들의 일흠과 佩, 鏡, 玉 이런 異國少女들의 일흠과, 벌써 애기 어마니 된 계집애들의 일흠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일흠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푸랑시스·짬」 「라이넬·마리아·릴케」 이런 詩人의 일흠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道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일흠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덥허 버리엇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일흠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1941. 11. 5)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여나듯이
내 일흠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1941. 11. 5)

시 끝에 쓰인 이 연월일은 윤동주 시인의 서명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시가 마음에 차지 않았네요.
부끄러움에 이름자를 흙으로 덮어버렸다 하면서
시를 끝내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내내 했겠지요?
그래서 나중에 이 구절이 덧붙였습니다. 원고지 칸이 모자라 맨 마지막 행은 여백에 깨알같이 써두었네요.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여나듯이 / 내 일흠자 묻힌 언덕 우에도 /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중에서


아마 이 구절이 없었다면 우리 모두 고독과 허무, 좌절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인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시인이 별에 붙여주었던 아름다운 이름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도 무언가 자랑이 될 일을 하며 살아가겠다는 각오도 느껴지네요.

이때가 1941년 11월 5일입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은
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별 같은 시를 쓴 지 3년 3개월 후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애통하게도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북간도 명동촌 뒷산에 묻힌 그때 그의 나이 겨우 29세였습니다.

시인이 시 '별 헤는 밤'에서 밝힌,
'나의 별'에 사는 '아름다운 이름'들을 향하여
'자랑처럼' 무성할 풀은 어떤 일을 암시했을까요?

시인이 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공식 확인된 것은 1979년이었습니다. 사후 34년 뒤의 일이네요.

일본 사법부형사국 발행의 극비문서 「사상월보」 제109호(1944.4~6월)에 실린
송몽규에 대한 판결문과 관련자 처분 결과 일람표가 입수되었다.
송몽규, 윤동주의 형량 등이 알려지게 되었고,
혐의는 '독립운동'이었음이 확인되었다.

- 「윤동주 평전」(송우혜 지음, 서정시학, 2018년 9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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