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9시 뉴스도 듣는 둥 마는 둥 곧장 잠이 들고
새벽 2~3시에 눈이 떠져 온갖 생각 가득 어질다가
해가 똥구멍을 따듯하게 비춰주는 아침 9시가 넘어야
게으른 하품 하며 마지못해 일어난다.
이게 뭣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하기야 온갖 만물이 겨울잠을 자는 시기에
사람이라고 우주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냐 마는
그래도 너무 심한 것 같아 무안함 가득하다.
문득 石洲 權韠(석주 권필)의 시가 생각난다.
昨日半日睡 (작일반일수) 어제도 한나절을 잤고
今日半日睡 (금일반일수) 오늘도 한나절을 잤네.
睡鄕非故鄕 (수향비고향) 꿈나라는 고향이 아니라서
聊以適吾意 (료이적오의) 애오라지 내 마음에 맞을 뿐이네.
어찌 이리도 지금의 내 상황을 그대로 묘사했나.
시인은 비록 밤잠이 아닌 낮잠을 그렇게 표현했지만
잠이란 게 밤잠. 낮잠이 따로 있겠나.
낮에 자던 밤에 자던 꿈 꾸는 건 똑같은 걸...
할 일 없는 농투성이가 대 선비의 글에 사족을 다는 것 같아
민망하다만,
그 시절이나 지금의 시절이나 사람 사는 건 같은 게 아니겠나.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花樣年華 (0) | 2025.01.06 |
---|---|
三不問 (0) | 2025.01.06 |
群山에 雪滿하거든 홀로 우뚝하리라 (0) | 2025.01.06 |
초고령화 사회 (1) | 2025.01.06 |
自祝 - 영문과 졸업 (0) | 2025.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