霜降(상강) - 權文海(권문해, 1534~1591)
半夜嚴霜遍八紘 (반야엄상편팔굉) 한밤중에 모진 서리가 온 세상에 내리니,
肅然天地一番淸 (숙연천지일번청) 숙연해진 천지가 한 차례 깨끗해졌네.
望中漸覺山容瘦 (망중점각산용수) 바라보니 산의 모습이 점점 여위어 감을 깨닫고,
雲外初驚雁陳橫 (운외초경안진횡) 구름 밖 기러기 떼가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놀라네.
殘柳溪邊凋病葉 (잔류계변조병엽) 시냇가에 남은 버들가지 병든 잎처럼 시들고,
露叢籬下燦寒英 (노총리하찬한영) 울타리 아래 이슬 맺힌 찬 꽃은 빛나네.
却愁老圃秋歸盡 (각수노포추귀진) 늙은 농부는 가을이 다 가는 것을 걱정하며,
時向西風洗破觥 (시향서풍세파굉) 때때로 서풍을 맞으며 깨진 술잔을 씻는다네.
오늘이 霜降(상강).
23일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 상강(霜降)이다.
24절기 중 18번째에 해당하며 태양의 황경이 210도에 이르는 때를 말한다.
이름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찬 기운이 본격적으로 땅에 스며들며 늦가을의 문턱이 열리고 겨울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다.
낮에는 여전히 햇살이 따뜻하지만, 밤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진다.
이슬이 얼어 서리로 변하면서 농작물과 초목에는 하얀 결정이 맺힌다.
서리가 내리면 곡식의 수확도 마무리된다.
논밭에서는 벼, 조, 수수 등 주요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탈곡과 저장이 이어진다.
농가에서는 무와 배추를 캐내 김장을 준비하고,
가축의 겨울 보금자리를 정비하며 땔감을 마련한다.
농사일의 절정과 끝이 교차하는 시점이 바로 상강이다.
상강 무렵은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때이기도 하다.
한낮의 햇살 아래 붉게 물든 단풍이 산을 뒤덮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완성한다.
옛사람들은 이 시기를 ‘상강홍엽(霜降紅葉)’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학자 정약용은 ‘상강일야백산천(霜降一夜白山川)’이라 읊으며,
하룻밤 사이 서리가 온 산천을 하얗게 덮는 풍경을 시(詩)로 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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