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뭇잎 하나

甘冥堂 2025. 10. 23. 11:07

나뭇잎 하나
 
 나뭇잎 하나가
 벌레 먹어 혈관이 다 보이는 나뭇잎 하나가
 물속이 얼마나 깊은지 들여다보려고
 저 혼자 물위에 내려앉는다
 
 나뭇잎 하나를
 이렇게 오도마니 혼자서 오래오래 바라볼 시간을 갖게 된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1997, 창작과 비평사)에서
 
안도현 시인의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려앉는다'고 한다.
하나의 생명이 다하고 세상을 떠날 때,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가 드러난다.
내려앉는 나뭇잎을 시적 화자는 오래도록 바라본다.
'오도마니', '혼자서' 오래도록 바라본 '시간을 갖게 된 것' 이
'얼마만인가'를 생각한다.
 
가을에는 혼자만의 깊어지는 시간을 오래도록 가지는 날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또 나뭇잎 하나가 / 나희덕
 
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니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나뭇잎 하나가 내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
 
-나희덕 시집 사라진 손바닥 (문학과 지성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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