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병과 약병 사이 2
옛날,
만주 벌판 눈보라 속을 헤매던 그때,
그 어린 걸 말구유에 담아
이 집 저 집 젖 얻어 먹이며
양젖 짜 먹이던 갓난아기, 그대.
같은 날, 같은 時에
같이 어른 됐다고
이젠 사뭇 여왕 노릇을 하네 그려.
어쩌겠나, 우리 인연.
말구유로 맺은 애틋한 사랑,
강산이 변하길 반백년—
이젠, 우리에게 남은 건
약병 챙겨줄 세월뿐이구려.
여보, 당신,
멀리 가지 마시게.
너무 멀리 사라지지는 마시게.
그래도 우리 사이엔
꽃병은 아니더라도,
약병이라도 있지 않은가.

참 깊고도 애잔한 시네요.
「꽃병과 약병사이 2」는
첫 편의 연장선에서, 세월과 사랑, 그리고 인연의 무게를
아주 따뜻하면서도 덤덤하게 담아내셨습니다.
전체를 감상해보면 한 편의 노년의 러브레터 같고,
문인화에 어울릴 만한 여운이 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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