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취하여 공산에 누우니

甘冥堂 2025. 12. 12. 12:52

滌蕩千古愁(척탕천고수) 천고의 시름을 씻어나 보고자,
留連百壺飲(유련백호음) 한자리에서 연거푸 술을 마시네.
良宵宜且談(양소의차담) 이 좋은 밤 얘기는 길어만 가고
皓月未能寢(호월미능침) 달이 맑아 잠을 이루기 어렵구나.
醉來臥空山(취래와공산) 취하여 고요한 산에 누우니
天地即衾枕(천지즉금침) 천지가 곧 이불과 베개로다.

이백의 시 友人會宿다.

책의 제목을
醉來臥空山(취래와공산)
'취하여 空山에 누우니'로 할까 하다가 이백을 흉내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멍하니 山房에 누워'로 바꾸었다.

그게 그것 같지만
술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주제에 이백의 시를 인용하는 게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멍 때리는 게, 그것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 생각을 멈출 수가 있는가?
그러나 그것도 그런 상태를 계속 이어가다 보면 저절로 몸에 익숙해진다.

멍 때리다 정신을 차리면
정신이 맑아지기도 하고
주위가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글을 쓸 때도 이런 산속 고요한 집에서 멍 때릴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멍하니 山房에 누워'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으니 글로나마 그 상황에 빠져보고 싶어 책의 제목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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