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눈을 들어 맞은편 창문을 바라보니
빵모자에 턱이 축 처진 노땅이 앉아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축 쳐진 볼따귀에 입은 꾹 다물고
광대뼈엔 검버섯이 유별나다.
저 늙은이가 왜 나를 노려보고 있나?
내가 입을 씰룩이자
그 늙은이도 주둥이를 씰룩씰룩하고
내가 일어서자 그 노인도 따라 일어선다.
누구세요?
바로 '나'였다.
아니, 저 노땅이 바로 나란 말인가?
짐작은 했지만, 내가 그렇게 변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이 벌레를 먹었는지
벌레가 나뭇잎을 먹었는지
구별도 안 되는 노땅.
그렇구나.
그렇게 지는구나.
그러나 서러워할 것 없다
落花水面皆文章 (낙화수면개문장)。
떨어진 꽃은 물 위에서도 모두 문장이 된다고 했다.
이 벌레 먹은 나뭇잎도
어떤 글에 좋은 소재가 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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